요즘 나오는 자동차엔 '페트병으로 만든 내장재'가 대세 [車 UP & DOWN]

친환경 소재를 적용해 만든 현대차 아이오닉 5의 내부. 현대차 제공
완성차 업계는 자동차를 새로 출시할 때 첨단 소재와 첨단 기술을 내세운다.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부품과 주행감, 실내 공간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강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들어 이 같은 ‘공식’에 변화가 생겼다. 페트병, 옥수수, 유채꽃 등 최신 기술과 어울리지 않는 듯한 단어가 신차 발표회에 등장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알리기 위해 친환경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가 지난 4월 출시한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와 기아가 조만간 출시할 예정인 EV6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차량들엔 투명 페트병을 재가공한 원사로 제조한 시트, 문, 바닥 매트 등이 적용된다. 기아 EV6에는 한 대당 500ml 페트병 75병 분량의 재활용 소재가 들어간다.
친환경 소재를 적용해 만든 기아 EV6의 내부. 기아 제공
또 유채꽃, 옥수수 등 식물에서 추출한 바이오 오일 성분을 이용한 페인트로 도어 트림(문짝), 도어 스위치, 크래시 패드를 칠하고 있다. 크래시패드는 운전석 계기판부터 조수석 글러브박스까지 이어지는 일체형 모듈을 말한다. 사탕수수, 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바이오 성분으로 만든 원사로는 시트를 제조한다. 시트의 가죽 염색 공정에도 식물성 오일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 출시한 제네시스 G80 전기차에도 쳔연 염료 가죽, 페트 재활용 원단 등이 이용된다. 이 차에는 가구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투리 나무를 조각한 친환경 원목으로 대시보드를 제작했다.
최근 출시한 G80 전기차엔 친환경 소재로 만든 내장재가 적용돼 있다. 현대차 제공
기존 차량엔 부드러운 질감의 대시보드를 구현하기 위해 열가소성폴리올레핀(TPO) 플라스틱을 썼다. TPO 플라스틱을 만드는 원료인 폴리프로필렌과 폴리에틸렌은 원유를 가공한 제품으로 생산공정에서 온실가스가 많이 발생한다.현대차그룹은 2000년대 초반부터 친환경 재료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처음 적용한 차량은 2014년 출시한 기아 2세대 쏘울 전기차다. 이 차엔 원유가 아닌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대시보드를 만들었다. 천장 마감재, 시트 커버도 사탕수수에서 뽑아낸 섬유를 적용했다. 2016년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윈도우 버튼 등에도 야자열매 씨앗 추출물을 확용했다.

현대차그룹은 이후 친환경 소재 활용을 늘리고 있다. 2018년 출시한 수소전기차 넥쏘엔 대시보드,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기능 제어 장치), 콘솔 커버 등 실내 마감재 대두분에 바이오 플라스틱을 이용했다. 최근 아이오닉 5와 EV6엔 페트병 등 폐자원을 활용하면서 친환경 소재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주행 중 탄소 배출을 없앨 뿐 아니라 차량을 제조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오염물질까지 줄이는 것을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자동차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현대차그룹이 이처럼 친환경 내장재를 적용하는 데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5월 현대차그룹 SNS에 폐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티셔츠를 입고 촬영한 사진을 올렸다. 정 회장은 당시 SNS에 “플라스틱 업사이클링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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