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소득 900만원 부부, 가사도우미 부르는 게 허세인가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퇴근 후 육아에 집안일까지 버거움을 느껴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고 싶지만 남편의 반대에 부딪혀 고민이라는 네티즌의 사연이 공개됐다.

네티즌 A씨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조언을 구하고 싶다"며 이 같은 고민을 털어놨다. 맞벌이를 하고 있는 A씨 부부는 급여에 소소한 주식 투자 등을 더해 월 900만 원 정도의 소득이 고정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집 대출금에 생활비, 자녀들 교육비, 적금을 제하면 금전적으로 빠듯하긴 했지만,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은 아니라고 A씨는 전했다.

남편과 이견을 보인 부분은 '가사도우미 고용' 문제였다. A씨 부부는 가사를 분담해 각자 퇴근 후 설거지, 청소, 육아, 빨래는 물론 쓰레기를 버리고 거실 정리 정돈 등을 했다. A씨는 이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맞벌이로 아이 둘을 키우면서 저녁밥 해먹고, 치우고, 이틀에 한 번 빨래 돌리고, 아이들을 재우는 것까지 버겁고 힘들다"고 토로했다.

A씨는 굳이 가사의 비중을 따지자면 남편이 자신보다 조금 더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남편 또한 굉장히 피곤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편이 청소를 같이 하자고 하더라. 지금 하고 있는 것까지는 그나마 스트레스 없이 할 수 있지만, 청소와 정리 정돈까지 추가로 하는 건 무리다. 시간도 없고, 그 시간을 쪼개 청소까지 할 자신이 없다. 서로 스트레스를 받을 바에는 가사도우미를 고용해 삶의 질을 높이고 싶다"고 했다.하지만 남편의 생각은 달랐다. A씨의 남편은 "하루 와서 치워도 며칠 지나면 금방 더러워지는데 그렇게 돈 쓰는 게 아깝다"고 말했다. 평소 습관적으로 잘 치우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었다. 그러면서 A씨를 향해 "사치고 허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A씨는 "모임 횟수를 줄이거나 점심을 사먹는 대신 도시락을 싸는 등의 방법으로 돈을 아껴서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고 싶은데 남편과 잘 조율이 되지 않는다"며 답답해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의 의견도 분분했다. "청소만으로 가사 도우미를 쓰느니 남편과 서로 일을 더 배려하며 나눠보는 건 어떨까", "제 자리에 두고 정리하는 습관만 들여도 나아질 것 같은데"라고 반대 의견을 보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맞벌이에 어린 애들까지 키우면 정말 힘들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치고 힘들 바에는 돈을 쓰는 게 낫다", "맞벌이 하는 데 굳이 집안일에 감정 소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남편은 남편 몫을 하면 되는 거고 본인이 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본인 돈으로 도우미를 부르면 될 듯"이라고 A씨를 지지하는 의견도 있었다.한 취업 포털 업체가 직장인 8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실제로 대다수의 맞벌이 부부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로 받는 스트레스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들이 무려 92.6%에 달한 것.

스트레스 요인 1위로는 A씨의 사례처럼 '회사와 가사일의 병행'(60.3%)가 꼽혔다. 이어 '고생하는 것에 비해 적은 수입과 저축액'(48.7%), '자녀 직접 양육 문제'(33.3%), '가사 분담 정도에 대한 갈등'(29.1%), '자녀 교육 문제'(27%), '회사 스트레스로 인한 잦은 화풀이'(22.2%) 순이었다.

가사 관련 갈등이 잦은 만큼, 맞벌이 가정에서 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월 맞벌이 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여성의 26.8%가 '가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가사 서비스를 이용해본 적 있다'는 응답은 36.8%였다.한편 전문가들은 맞벌이 여부가 경제적인 부분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부부 간 건설적인 미래 계획과 적극적이고 활발한 소통, 서로에 대한 배려심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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