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내부망에 글 올린 최재형 "임기 다 하지 못해 미안"

"최고 감사기구로서 감사원 발전시키리라 믿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에서 나오는 모습 2021.6.25 [사진=연합뉴스]
대선 출마를 시사하며 사퇴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감사원 직원들에게 임기를 채우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을 전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최 전 원장은 전날 저녁 감사원 내부망에 "임기를 다 하지 못하게 돼 미안하다"는 내용의 퇴임사를 올렸다. 그는 직원들의 노고에 고마움을 표하면서 "국가 최고 감사기구로서의 감사원을 더욱 발전시키리라 믿는다"고 했다.다만 자신의 정치 행보와 관련된 언급은 일절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 전 원장은 사퇴 이후 휴대전화 전원을 끄는 등 잠행에 들어갔다. 그는 당분간 신변을 정리하면서 향후 거취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 전 원장은 전날 사의를 밝히면서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 숙고하겠다"고 한 상태다.

당장 이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출마 선언 등 야권의 대선 관련 이벤트가 이어지는 만큼 관련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최 전 원장은 잠재적 야권 대권주자로 꼽힌다.헌법에 규정된 4년 임기를 채우지 않고 사퇴한 것을 놓고 '대권을 위해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거센 비판 여론에 직면한 만큼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그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감사원을 정치적 야욕을 위한 도구로 악용했다" 등 비난이 쏟아졌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도 윤 전 총장에 이어 최 전 원장까지 임기를 끝내지 않은 상황에서 사퇴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이 감지된다.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2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최 전 원장의 대권 도전 전망에 대해 "그 행위에 대해서는 제가 이렇다 저렇다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과거 윤석열 전 총장도 마찬가지였지만, 임기가 정해진 이유는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위해서인데, 그렇다면 임기를 채우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은 게 저희들 생각"이라며 우회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2018년 1월 문재인 정부의 첫 감사원장으로 임명된 최 전 원장은 그간 여러 차례 청와대와 각을 세우며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최 전 원장은 감사위원 임명권을 가진 문 대통령이 법무부 차관을 지낸 김오수 현 검찰총장을 임명 제청해줄 것을 요청하자, 친정부 성향인 김 총장으로 인해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이를 여러 차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감사원은 최 원장 아래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 중 하나인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해선 경제성 평가가 부당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야권의 잠재적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감사원장 사퇴 등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1.6.28 [사진=연합뉴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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