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접을까 말까"…삼성·LG 고민 커지는 이유 [박신영의 일렉트로맨]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고민에 빠졌다.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생산 여부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TV용 대형 LCD 패널 생산을 중단할 방침이었지만 이같은 계획에 최근 변동이 생겼다. LCD 패널 가격이 계속해서 상승하면서 수익성 측면에서 포기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모두 일부 생산라인을 유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LCD 생산 지속 검토"

5일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최근 LCD 사업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회사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내년 말까지 LCD 생산을 지속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도 지난해 국내 TV용 LCD 사업을 철수할 예정이었다. 애초 TV용 LCD 패널 사업에서 철수하는 대신 해당 생산라인을 수익성이 높은 IT(모니터·노트북·태블릿 등)용 라인으로 대체하려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LCD 패널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 추가 투자는 없지만 지난해처럼 종료 선언없이 생산을 이어나가고 있다.

두 회사가 이처럼 계획과 달리 LCD 패널 생산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최근 LCD 패널 가격이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 서플라이체인 컨설턴츠(DSCC)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LCD 패널 가격은 전 분기 대비 27% 올랐다. 1분기에는 이보다 14.5% 상승했다.

DSCC는 LCD 패널 가격이 올해 2분기 17%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가격 상승세가 3분기까지 이어져 3분기 중 정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당초 LCD 패널 시장을 포기하려 했던 이유는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 업체들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펜트업(보복)소비 트렌드가 생기면 LCD 수요가 급증했다. 또 반도체 쇼티지로 전세계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LCD 패널 생산에 제약을 받자 가격 상승에 불이 붙었다. 업계 관계자는 "LCD 패널 가격이 지금 추세로 올라간다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모두 시장에서 발을 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LCD가격 상승으로 OLED 판매도 호조

LG디스플레이의 88인치 8K(7680×4320)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LCD 패널 가격 상승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판매 호조로 이어지고 있다. OLED 패널의 약점으로 꼽힌 높은 단가가 LCD 패널 가격 상승으로 상쇄됐기 때문이다. 옴디아에 따르면 55인치 4K TV용 LCD 패널과 OLED 패널의 가격 차는 2019년 4.6배에서 2021년에는 2.9배, 2023년에는 2.6배로 매년 차이를 좁힐 것으로 예측된다.

OLED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대형 OLED 제품의 총 매출액은 15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분기보다 16.9%,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56.3% 증가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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