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AI…현대차, 745억 펀드 조성해 유망 스타트업 지원

현대차·기아
현대차그룹 ‘2020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에 참가한 현대차그룹 임직원이 국내외 스타트업의 유망 신기술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은 직접 펀드를 조성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신기술 상품화를 위해 글로벌 스타트업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사내 스타트업의 독립도 지원한다.

○제로원 펀드로 스타트업 투자

현대차그룹은 지난 2월 ‘제로원 2호 펀드’를 설립해 혁신 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갖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또 산업은행과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유망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협업하고 있다.제로원은 창의인재를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로 현대차그룹이 2018년 설립한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이다. 당시 결성된 제로원 1호 펀드는 신생 스타트업을 발굴·투자해 융복합 기술 혁명에 따라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성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년간 제로원 1호 펀드를 통해 지분 투자와 프로젝트를 공동 수행하는 등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 활동을 벌였다.

제로원 2호 펀드는 총 745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현대차 180억원, 기아 120억원, 현대차증권이 50억원을 출자해 펀드를 운용한다. 산업은행 200억원, 신한은행이 30억원을 출자해 투자자로 참여했다. 현대모비스, 현대엠엔소프트, 현대트랜시스, 현대오트론, 현대엔지니어링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와 만도, 동희, 글로벌오토트레이딩, 코리아에프티 등 협력사도 출자했다.

투자 대상은 미래 모빌리티, 친환경차, 인공지능(AI), 커넥티드카 등 미래 신사업 분야 유망 스타트업이다. 그린 뉴딜로 점점 중요해지는 친환경 모빌리티 생태계에 기여할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투자해 성장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스타트업과 신기술 실증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1월 국내외 유망 스타트업의 신기술 실증 시연을 위한 ‘2020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를 열었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스타트업과 협업해 발굴한 상품화 유망 혁신기술과 아이디어가 한자리에 모였다.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는 창의적인 상품 및 신기술 개발 문화를 조성하고, 외부 스타트업과 기술 협력을 통해 신속하게 상품화하기 위한 현대차그룹의 개방형 혁신 플랫폼이다.

현대차그룹은 ‘모든 활동은 고객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지향점 아래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 ‘현대크래들’(북미, 유럽, 중국, 이스라엘)과 ‘제로원’(서울)을 통해 2019년부터 300여 개 스타트업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발굴하며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를 활성화했다.

현대차그룹은 300여 개 글로벌 스타트업 중 △상품 고객만족 △기술 구현 가능성 △기술 독창성 등 세 가지 기준으로 평가해 국내 4팀, 북미 4팀, 유럽 1팀, 중국 1팀, 이스라엘 1팀 등 총 11팀을 선정했다. 현대차그룹은 선정된 스타트업들에 기술 구현을 위한 실물 제작비 일체와 차량 등을 지원했다. 각 스타트업은 현지에서 3~10개월 동안 각각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실제 차량에 구현해 행사에 참가했다.

○유망 사내 스타트업 독립

미래 신사업 아이디어로 무장한 현대차그룹 사내 스타트업은 독립기업으로 새롭게 출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젠스웰’ ‘포엔’ ‘코코넛사일로’ ‘슈퍼무브’ ‘글루리’ ‘피트릭스’ 등 유망 사내벤처 6개를 분사시켰다. 이들 기업은 모빌리티 관련 부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AI 기반 사업을 하는 곳들이다. 자동차 관련 사업뿐 아니라 신사업 영역으로 진출해 현대차그룹과 다양한 업무 협력을 진행한다.

현대차그룹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임직원들을 지원하고 미래 신사업 동력 창출을 위해 2000년부터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벤처플라자’를 운영해 왔다. 2018년에는 프로그램 명칭을 ‘H스타트업’으로 바꾸고 기존 자동차 위주에서 다양한 분야로 사업 선발 범위를 넓혔다. 현대차그룹은 아이디어를 공모한 직원을 대상으로 서류, 인터뷰, 워크숍, 발표 등 심사를 진행하고 선발된 업체에 1년간 제품서비스 개발 및 사업화 기회와 함께 최대 3억원의 개발 비용을 지원한다. 1년 뒤에는 사업성, 재무계획, 창업 의지 등을 심의하고 분사 또는 사내사업화 여부를 결정한다.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는 직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분사 후 3년까지 재입사 기회를 제공한다.

현대차그룹은 이 제도를 통해 그동안 58개 팀을 선발·육성했으며 지난해까지 모두 22개 기업을 분사시켰다. 현대차그룹은 매년 10개 내외 사내벤처 기업을 육성·분사시킨다는 계획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