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ESG 우수기업, 돈도 잘 버나?

ESG는 기업의 중요한 성적표
일시적 유행 아닌 지속가능 화두
평가 체계·등급 기준은 마련해야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
“ESG 잘하는 기업은 돈도 잘 버나요?” “ESG 잘하는 기업에 투자하면 수익률도 좋나요?” “ESG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가요?” “기업의 ESG에 대한 평가는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지고 있나요?”

2년 전 유럽의 글로벌 자산운용사를 방문했을 때 물어본 질문들이다. ESG를 선도한다는 그 운용사는 이런 질문들에 명확히 답변하지 못한 것으로 기억한다.2년이 지난 요즘, ESG는 글로벌 화두가 되고 있다. 기업은 물론 투자 기관, 심지어는 회계법인과 로펌까지도 ESG에 대한 대처와 연구로 분주하다. 하지만 아직도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의미하는 ESG는 돈을 잘 벌어 여유가 있는 기업의 사치품이라는 인식 또한 상존하고 있다.

기존에 기업은 ESG 실행을 비용으로 간주해 재무적 성과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은 ESG 실행이 비재무적 측면의 성과뿐만 아니라 재무적 성과에도 기여하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어떤 경로로 재무적 성과에 기여할 수 있을까.

첫째, ESG 실행으로 기업 브랜드가 좋아져 우수 인력이 모이고, 매출이 증가해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경로다.둘째, ESG를 중시하는 투자자와 투자자금이 많아져 ESG 우수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들어 재무 이익 증대로 연결된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이 조사한 글로벌 ESG 투자 규모는 2018년 30조7000억달러에서 2020년 6월 약 40조5000억달러로 불과 1년 반 만에 31% 증가했다. 한국의 국민연금도 2022년 말까지 전체 운용자산의 50% 이상에 대해 ESG를 중요한 투자 평가 요소로 보겠다고 하고 있다.

셋째, ESG를 잘하는 기업은 리스크관리 능력을 높이 평가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지속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시장, 신용 리스크관리와 별도로 환경, 사회 측면의 리스크관리를 하는 ESRM(environment social risk management)이 중요해지고 있다. 투자 수익률 측면에서도 올 들어 4월 말까지 코스피지수는 9.6% 상승한 반면 한국거래소 거버넌스 리더스 100지수는 두 배가 넘는 20.4% 올랐다.

ESG가 일시적 유행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과연 그럴까? 최근의 ESG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강조되는 배경 아래 전 세계적으로 정부뿐 아니라 기관투자가를 포함한 민간이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지속적인 움직임이 될 것이다. 2015년 195개국이 파리기후협약을 채택했고,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한국은 2050년까지,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영국의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RE100’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미 많은 글로벌 기업이 RE100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납품 기업에까지 RE100을 실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기관투자가를 포함한 금융권에서도 ESG가 중요한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고 있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ESG의 강력한 지지자로 등장하면서 환경뿐만 아니라 소비자보호, 노사관계, 공정경쟁 등 사회적 책임이 전 세계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다.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도 현재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기업은 관련 보고서를 한국거래소를 통해 공개하고 있고, 앞으로 공개 대상 기업 범위가 확대될 것이다.

이제 ESG는 기업성적표에 선택과목이 아니라 필수과목이 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동일 기업에 대해 기관마다 평가한 ESG 등급이 다른 경우가 있다. 향후 ESG 확산의 과제는 투자자와 소비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가 공감하고 인정할 수 있는 평가 수단과 체계, 등급을 마련해 ESG 실행을 어떻게 공정하게 평가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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