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바람둥이 제우스가 수놓은 '밤하늘의 별'

그림 속 별자리 신화

김선지 지음 / 아날로그
280쪽| 1만6000원
별자리를 처음 관측한 것은 기원전 수천 년 전 푸른 초원을 따라 가축들과 이동했던 메소포타미아의 유목민이었다. 이들은 별을 동물들과 연관시켜 최초의 별자리를 만들어냈다. 고대 바빌로니아에서는 태양이 지나가는 길인 황도를 따라 12개의 별자리 이름을 붙였다. 이는 고대 그리스에 전승됐고 그리스 신화와 결합해 마침내 서양의 고대 별자리인 황도 12궁으로 완성됐다.

염소자리, 물고기자리, 사자자리 등 동물뿐만 아니라 페르세우스자리, 오리온자리, 헤라클레스자리 등 많은 신화 속 인물도 별자리와 연결됐다. 이 기이하고 아름다운 별자리의 신화는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화가와 조각가를 사로잡은 모티브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부터 샤갈, 마티스까지 별자리 신화를 주제로 각 시대를 투영한 인간의 희로애락을 시각화했다. 미술사와 관련한 글을 쓰는 김선지 작가는 《그림 속 별자리 신화》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가 담긴 별자리를 따라 그림 속으로 이야기 여행을 떠난다.여름철 밤하늘에는 은하수를 따라 거대한 백조자리가 유유히 날아간다. 백조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변신한 모습이다. 제우스는 아내 헤라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백조로 변신해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를 유혹해 사랑을 나눴다. 고대 폼페이 유적지의 벽화에서부터 다빈치, 미켈란젤로, 루벤스, 클림트, 마티스까지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인 성애를 표현할 때 각자의 색깔과 느낌으로 레다와 백조를 그렸다.

여름철 북쪽 하늘에서 헤라클레스자리는 거꾸로 서 있는 건장한 남성의 모습으로 보인다. 헤라클레스는 제우스와 인간 여성 알크메네 사이에서 태어난 반신반인으로 영웅 중의 영웅이다. 헤라클레스는 자신을 미워한 헤라의 계략에 빠져 아내와 자식을 살해했다. 이후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 12가지 과업을 수행하는 길고 힘겨운 모험에 나선다. 네메아의 사자, 히드라 등을 퇴치하는 그의 모습은 수많은 화가의 작품 소재가 됐다. 특히 과업을 수행하는 갈림길에서의 선택은 ‘헤라클레스의 선택’이라고 불리며,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가들에 의해 교훈적인 이야기로 사용됐다.

그리스 신화에는 여인 강탈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황소자리의 모티브는 에우로페를 납치하기 위해 황소로 변신한 제우스 이야기다. 에우로페 납치 장면은 로맨스로 미화돼 많은 작품의 소재가 됐다. 대부분 남성의 시각을 투영하고 있는 미술 속 여성의 모습이 새로운 시대에 맞게 변할 것이라고 저자는 기대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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