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기계부품연구원, 로봇·기계·차부품…'실핏줄 산업' 육성 20년

송규호 원장 "시험인증 능력 바탕
정책에서 소외된 기업 적극 지원"
송규호 대구기계부품연구원장
대구기계부품연구원(DMI)은 대구성서산업단지의 2800개 기업과 동고동락해 온 기계로봇, 뿌리산업의 핵심 연구개발 지원기관이다. DMI가 올해로 창립 20년을 맞았다.

송규호 대구기계부품연구원장은 매주 화·목요일에 프로젝트매니저(PM)와 함께 기업을 방문하는 부지런한 기관장으로 유명하다. PM은 대구시의 대표적 기업 스케일업(고성장) 육성정책인 스타기업제도가 성공할 수 있게 한 핵심 인력이다. 1PM이 1사를 맡아 연구개발부터 자금 특허 마케팅 등 기업의 모든 어려움과 애로를 해결해주는 기업주치의다.송 원장이 매주 찾는 기업은 매출 50억원, 종업원 30인 이하의 아주 작은 기업이다. 그는 “대구지역 중견기업 정도 되면 알아서 미래를 개척할 능력이 있지만 소기업엔 미래 산업 전환이 쉽지 않은 과제”라고 말했다. 송 원장은 “이런 기업이 고민하는 문제는 예를 들면 ‘주물공정에 들어가는 모래 입도 조절을 어떻게 맞추느냐’ 같은 것인데 이런 건 정부 R&D과제로도 안 나오는 문제”라며 “DMI는 이런 정책 소외 기업에 적합한 R&D과제를 찾아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DMI가 대구 경제의 실핏줄을 튼튼히 하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국가연구과제와 시험인증 능력도 20년 역사만큼 탄탄하다. DMI의 국가 연구과제 수탁 규모는 지난해 2200억원을 넘었다. 송 원장은 “요즘 국가과제는 경쟁률이 3 대 1을 넘는다”며 “대구 기업들이 수도권 기업과 함께 연구개발에 참여하면 기술 개발 외에 큰 기업들과 공급망을 형성해 기업 성장 기회가 자연스럽게 창출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간 70개 과제 가운데 70%는 지역기업과 함께하고 있다”며 “직·간접으로 관계를 맺은 기업이 2000여 개에 달할 정도로 연구원에 대한 기업의 신뢰가 두텁다”고 자랑했다.

DMI의 발로 뛰는 기업 지원은 경영성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DMI는 7년 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해 지난해 말 적립금이 100억원을 넘어섰다. 정책 소외기업에 자체자금을 투입해 지원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축적된 경영성과 덕분이다. DMI의 정규 인력은 100명. 이 가운데 70명이 연구직이고 거의 모두 PM으로 활동하며 연구개발 과제에 관여하고 있다. 송 원장은 PM들에게 기업이 문의하는 문제를 즉석에서 해결해줄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실력을 요구하고 있다.송 원장의 리더십으로 DMI의 위상은 정부 출연연구소와 동등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가 엄선한 소재부품장비 혁신지원단에 선정된 32개 기관 가운데 정부출연연구소가 아닌 지역기관은 DMI가 유일했다. 정부가 DMI의 경험과 실력을 인정한 셈이다.

DMI는 기계로봇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대구시와 함께 2015년부터 기계로봇 분야 ‘가치사슬 확장’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송 원장은 “1단계가 정밀기계 분야 로봇 제작에 방점을 뒀다면 2단계는 섬유 식품 뿌리산업으로 로봇의 적용을 확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년을 맞은 DMI는 대구 경제의 중추인 기계 로봇 자동차뿐만 아니라 가치사슬을 더 확장해 대구 경제 신산업 혁신의 플랫폼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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