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경영권 분쟁, 뜯어볼수록 '물음표'

현장에서

● 실적 좋은데 공격 받고
● 주가는 되레 하락
● 지분 경쟁도 없어

안재광 산업부 기자
경영권 분쟁만 놓고 보면 금호석유화학은 좀 이상한 회사다.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데도 한쪽으로부터 “경영을 잘 못한다”는 공격을 당한다.

이 회사는 작년 4분기에 분기 최대 실적을 거뒀다. 영업이익 2751억원은 전년 동기보다 약 18배 많다. 라텍스 장갑 원료인 NB라텍스 판매로 ‘떼돈’을 벌었다. 올 1분기 예상 실적은 이를 능가한다. 4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예상하는 증권사도 있다.그런데도 박철완 상무는 “경영을 못하고 있다”고 공격한다. 그는 박찬구 회장의 조카다. 박 상무는 요즘 각광받는 배터리, 수소, 바이오 등 신사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자사주 소각, 계열사 상장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방어에 나선 박 회장은 지금의 ‘NB라텍스 특수’를 만들어 낸 인물이다. 캐시카우가 된 NB라텍스 설비를 2017년 들여왔다. 타이어 소재에서 라텍스 장갑 소재로 사업을 재편했다. ‘신의 한 수’였다. 코로나 시대의 필수품이 된 라텍스 장갑이 대박을 쳤다. ‘실력’이 아니라 ‘운’이 좋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회사나 주주에게 최선의 선택이 됐다. 지난 10여 년간 회사에서 근무한 박 상무도 이런 사정을 잘 안다.

더 이상한 것은 주가다. 박 상무는 지난 1월 말 주주제안을 통해 경영권 분쟁을 본격화했다. 이후 주가는 고점 대비 약 20%나 떨어졌다. 경영권 분쟁은 주가에 호재란 통념과 완전히 반대로 갔다. 과거 대한항공 경영권 분쟁 때는 주가가 3~4배 급등했다.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분쟁이 주가에 호재는커녕 악재가 됐다. 양측이 모두 배당 확대, 투명경영, 신규 사업 추진 등과 같은 공약을 내걸었는데도 주가는 떨어졌다.경영권 분쟁에서 으레 나타나는 지분 경쟁도 없었다. 분쟁 발생 후 박 회장은 주식을 사 모으지 않았다. 지분이 약 14.8%로 박 상무(지분 약 10%)와 지분 차이가 크지 않은데도 격차를 벌리지 않았다.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공격하는 박 상무가 주식을 일부 매입하긴 했지만 분쟁에 영향을 줄 정도의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은 26일 주주총회에서 일단락될 전망이다. 캐스팅 보트를 쥔 2대주주 국민연금(지분 8.25%)이 박 회장 편을 들어줬다. 박 상무의 극적 반전은 어렵게 됐다.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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