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직원 '3기 신도시 투기'가 '개인적 일탈'이라는 홍남기

사진=연합뉴스
'일탈'.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가리킬 때 택한 표현이다. 이를 두고 정부가 관련 시스템 미비로 일어난 사태를 개인적 일탈로 축소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 직후 '국민들께 드리는 말씀'에서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대해 '불법·편법행위'가 아닌 '일탈'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그는 "공공부문이 행태일탈로 신뢰를 잃으면 정책신뢰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그 일탈책임은 매우 무거운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탈 예방대책은 물론 근본적인 재발방지대책을 시스템적으로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개인 일탈동기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도록 하고, 중대한 일탈 시 기관 전체의 관리책임을 강화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일탈은 불법행위보다 광범위한 표현이다. 법률 등 공식 규정에 대한 위반뿐만 아니라 관습처럼 강제력 없는 사회규범에서 벗어난 행위도 포괄한다. 발표문에서도 '일탈'은 '구조적 문제'와 다른 개념이라고 구분했다. 홍 부총리는 "개인 일탈이면 일벌백계하고 구조적 문제로 확인되면 시스템적으로 예방구조를 확립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4일 LH 일부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일부 직원의 개인적 일탈이었는지, 뿌리 깊은 부패 구조에 기인한 것이었는지 규명해 발본색원하라"고 지시했다.

홍 부총리가 '일탈'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을 우연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국민적 분노가 커지는 가운데 공공기관 관리의 최종 책임자이자 경제수장인 홍 부총리가 대국민 발표문을 낼 때는 단어 선택에 신중했을 수밖에 없다.이에 대해 "정부가 공기업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치했기 때문에 단순 개인일탈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행법상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의 불법성을 증명하기가 까다롭고 부당이득 이상을 환수할 법적 근거도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LH 투기 의혹을 개인일탈로 보는 건 사태를 지나치게 축소해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규모 공공주도 주택공급대책을 추진하면서 내부감시에 소홀했다는 비판이다.

앞서 LH 직원의 투기 의혹을 제기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김태근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자본시장에서 내부자의 미공개 정보 이용 행위는 중대범죄로 다뤄지지만 현행 부동산 법에는 엄벌 규정이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자본시장법에선 부당이득의 3~5배를 벌금으로 물릴 수 있도록 했다.

현행법상으로도 부동산 관련 공직자나 공공기관 직원이 업무상 알게 된 비밀로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 건 엄연한 불법행위다. 공직자윤리법 및 부패방지법 위반이다. 부패방지법 제7조2항은 "공직자는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를 위반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차명으로 거래했을 경우 부동산실명제 위반 혐의도 더해진다.정부는 연일 '일벌백계'를 강조하며 합동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엄벌 의지에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앞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한 언론사 기자의 관련 질의에 “(LH 직원 중 신도시 불법 투기 의혹을 받는) 이들이 개발 정보를 알고 땅을 미리 산 것은 아닌 것 같다. 신도시 개발이 안 될 것으로 알고 샀는데, 갑자기 신도시로 지정된 것 같다. 전면 수용되는 신도시에 땅을 사는 것은 바보짓이다. 수용은 감정가로 매입하니 메리트가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무부처 장관이 비호하는 상황에서 관련자 색출과 처벌이 제대로 이뤄질 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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