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가입자도 안 붙잡는다"…'적자' 車보험 줄이는 보험사

보험료 높여도 작년 3800억 손실
손보사들, 가입 안받고 종료 유도
회사원 신모씨는 최근 자동차보험 만기가 다가오는데도 여느해와 달리 보험사로부터 ‘갱신 안내’를 받지 못했다. 계약을 연장하려고 콜센터에 전화해봤지만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무보험 상태로 운전할 수는 없어 신씨는 결국 다른 보험사로 자동차보험을 옮겼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의 만성적자가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기존 가입자 유지에도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7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자동차보험의 누적 영업적자는 7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에는 연간 적자가 1조6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보험료가 인상됐고 코로나19 사태로 교통사고가 줄었는데도 3800억원의 손실을 냈다.

올해는 백신 접종을 계기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교통량이 이전 수준을 회복한다면 적자가 다시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사고 한 건당 지급하는 보험금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자동차보험료는 정부의 간접적인 가격통제를 받고 있어 마음대로 올릴 수도 없다.

중하위권 손보사 사이에서는 자동차보험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외제차와 같이 통계상 보험금이 많이 나가는 차량은 가입을 받지 않거나 계약 종료를 유도하는 식이다. 한 손보사는 자동차보험 점유율을 5년 새 5%대에서 3%대로 낮춰 이 부문 영업손실을 1000억원 넘게 줄였다.

이런 영향으로 ‘손보업계 빅4’인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의 점유율은 갈수록 치솟고 있다. 이들 4개 업체의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보험료 수입 기준)은 2018년 말 80.3%에서 지난해 3분기 84.3%로 높아졌다. 상위권 업체도 사고율이 낮은 일부 차종이나 연령층에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해 ‘손님을 골라 받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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