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이어 '애플 OTT'도 한국 상륙 준비

그간 국내에서 정식 서비스되지 않았던 애플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애플TV플러스(+)'의 국내 진출 정황이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이미 월트디즈니의 '디즈니+'가 국내 진출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국내 OTT 시장의 향후 판도 변화가 주목된다.

3일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다큐멘터리 '비커밍 유', 드라마 '고스트 라이터' '더 모닝 쇼', 애니메이션 '센트럴 파크(뮤지컬)' 등 애플TV+의 오리지널 콘텐츠들에 대한 등급분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비디오와 영화 등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애플은 국내 대행사를 통해 애플TV+의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해 이같은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 4.99달러 요금제 앞세운 애플TV+

애플TV+는 애플의 회원제 구독형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애플TV 애플리케이션(앱) 전용 기기 등 전 세계에 사용되는 16억5000만대의 애플 디바이스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월 약 5550원(4.99달러)이라는 가격과 애플이 매년 약 6조6830억원(6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풍부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다만 애플은 2019년 11월 애플TV+를 약 100여개 국가에 정식 서비스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는 제외시켰다.
애플이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촬영을 시작한 애플TV+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에 출연하는 배우들. 파친코는 4대에 걸친 한국인 이민 가족의 대서사를 통해, 역사가 관통한 개인의 이야기를 방대한 스케일과 깊이 있는 필치로 총 8부작에 걸쳐 담아낼 예정이다. 한국을 비롯하여 일본과 미국 배우들이 캐스팅된 글로벌 대작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내 이용자들은 미국 계정을 통해 애플TV+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그마저도 대부분의 콘텐츠에 한국어 자막이 없어 사실상 국내 이용자들은 서비스에서 완전히 배제된 상태였다.

애플은 지난해부터 국내 시장 진출을 위해 본격적인 물밑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지난해 8월 말 애플TV+에 한글 유저인터페이스(UI)를 적용했고, 모든 오리지널 콘텐츠에 한국어 자막을 추가했다.

이와 함께 애플은 지난해 2월 애플코리아에서 영상 콘텐츠 관련 전략 수립 등을 담당할 '비디오 비즈니스 리더' 인력을 구인했고, 같은 해 8월엔 서울에서 비디오 프로그래밍 에디터를 맡을 인원을 포함한 애플TV+ 관련 영상 사업을 담당할 인력 채용도 시작했다. (참고: 2020년 9월18일자 [단독] 애플TV+, 한국 진출 임박?…직원채용·한국어자막)

이미 외산 OTT 업체들에 잠식된 국내 OTT 시장

업계의 관측대로 애플TV+가 연내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면 국내 OTT 시장의 해외업체 독주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해외업체가 국내 OTT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또다른 글로벌 OTT업체들인 디즈니+를 비롯해 HBO맥스 등도 올해 새롭게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아서다.

특히 오는 3분기(7~9월) 국내 출시가 예상되는 디즈니+는 이동통신 3사와 제휴를 위한 물밑 협상을 진행하며 한국 시장의 성공적 안착을 시도하고 있다. 디즈니+는 월트디즈니의 콘텐츠뿐 아니라 '인사이드 아웃' 등을 만든 픽사, '어벤져스'의 마블, 다큐멘터리 채널 내셔널지오그래픽, 스포츠 채널 ESPN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앞세울 예정이다.국내 OTT 시장에서 토종 OTT의 영향력이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의 '2020년도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OTT 이용률은 66.3%로 집계된 가운데 △유튜브(62.3%) △넷플릭스(16.3) △페이스북(8.6%) △네이버TV(4.8%) △웨이브(3.2%) △티빙(3.0%) △아프리카TV(2.6%) 순으로 나타났다. 외산 OTT인 상위 3개사 이용률을 합치면 87.2%에 달하는 것이다.

OTT 유료 구독자도 외산 업체가 주도 하고 있다. 지난해 유료 구독 비율은 14.4%로 전년(7.8%)에 비해 늘은 가운데 넷플릭스가 7.7%로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유튜브 프리미엄(5.4%)이었다. 웨이브는 1.6%에 그쳤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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