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그룹, 화장품·의약품·건기식 3각 편대로 다시 뜬다

Cover Story

3년간의 대규모 사업 개편 마무리
한국콜마·HK이노엔·콜마비앤에이치
3대 주력 계열사로 그룹 재탄생

3대 계열사별 주특기 집중 육성
'화장품' 한국콜마, 창업 플랫폼 구축
'의약품' 이노엔, 세포유전자 치료제
'건기식' 콜마비앤에이치 中기지 가동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한국콜마그룹은 지난 3년을 다시 태어나는 데 걸린 기간으로 삼는다. 2018년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 인수를 시작으로 2019년 종합기술원 개원(전국 각지에 있는 11개 연구소 통합), 2020년 콜마파마 및 한국콜마 제약사업 부문 매각 등 그룹의 체질을 바꿀 만한 일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일련의 이벤트들이 던진 메시지는 명확했다. 계열사별 핵심 사업을 확실하게 구분한 만큼 각자 할 일에 집중하되 연구개발(R&D)만큼은 힘을 합쳐 시너지를 내라는 것이다.

2021년은 이렇게 3년 동안 진행된 대규모 개편을 끝내고 맞이한 첫해다. 한국콜마그룹은 새로 출발하는 화장품·제약·건강기능식품 등 삼각편대가 작년보다 높이 날아오를 것으로 자신한다. 부족한 부분은 지난해 계열사 및 사업부문 매각을 통해 마련한 실탄 4500억원을 활용해 채운다는 구상이다.

화장품·의약품·건기식 등 3각 편대 구축

한국콜마그룹이 콜마파마와 한국콜마 산하 제약사업 부문을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에 넘긴 건 작년 12월이었다. 사업구조를 재편해 계열사별로 핵심역량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따라 △한국콜마-화장품 △HK이노엔-의약품 △콜마비앤에이치-건기식 등 3대 주력 계열사의 역할 분담은 명확해졌다.

한국콜마가 올해 역점을 두는 사업은 ‘플래닛147’이다. 플래닛147은 화장품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고 사업 경험이 충분치 않은 사람들도 화장품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화장품 개발 과정에 대한 교육부터 내용물 제작, 패키지 개발, 브랜드 기획까지 모든 분야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연예인 등 인플루언서는 물론 일반인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앞세워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며 “세계 어디에서든 플래닛147에 접속하면 누구나 자신만의 화장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HK이노엔은 지난달 ‘헬스케어 분야의 CES’로 불리는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데뷔했다. 이 무대에 섰다는 건 HK이노엔이 대한민국 대표 제약사 반열에 올랐다는 걸 의미한다.

HK이노엔은 이 자리에서 기존 합성신약과 바이오 의약품에서 세포유전자 치료제로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HK이노엔은 이미 지난해 경기도에 국내 최대 규모 세포배양설비를 갖춘 세포유전자치료제연구센터를 세웠다. 현재 해외 파트너사로부터 기술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국산 30호 신약인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의 덩치를 불리는 데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케이캡은 출시 1년10개월 만인 지난해 725억원의 매출(유비스트 원외처방데이터 기준)을 기록해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의 챔피언이 됐다. 올해는 1000억원을 넘겨 명실상부한 ‘블록버스터 신약’이 되는 게 목표다. 내년 1분기를 목표로 중국에서 허가절차를 밟는 등 해외시장 공략도 본격화한다.국내 1위 건기식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인 콜마비앤에이치는 성장동력을 해외에서 찾았다. 거점은 중국. 장쑤성에 설립한 생산기지가 올해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다. 이곳은 분말 정제 캡슐 젤리 액상 등 주요 제형의 건기식을 연간 2000억원 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고객사인 애터미와 합작으로 설립한 연태콜마도 상반기 준공허가를 받을 전망이다. 애터미의 주력 제품인 ‘헤모힘’을 잇는 개별인정형 개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한국 기술로 만든 가장 한국적인 기능성 원료를 개발하기 위해 3건 이상의 개별인정형 원료 허가를 받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영역 허문 R&D로 시너지 극대화

한국콜마그룹의 R&D 전략은 계열사 간 영역과 경계를 허문 게 특징이다. 새로 개발한 물질을 화장품, 제약, 건기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해야 가치가 더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한쪽만 봐선 찾기 힘든 물질도 공동 연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융합연구의 대표 사례는 마이크로바이옴이다. 인간과 동식물, 토양, 해양 등에 공생하고 있는 미생물 집단을 의미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최근 건기식을 넘어 제약 식품 화장품으로 적용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콜마그룹은 이런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종합기술원에 바이옴 연구소를 신설한 데 이어 12월에는 고바이오랩, MD헬스케어와 각각 물질 도입 계약 및 신약 후보물질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콜마그룹은 마이크로바이옴 등 인체 유래 물질을 발굴하고 그룹의 각 분야 연구소와 융합 연구를 할 계획이다. 이렇게 나온 연구결과를 토대로 한국콜마는 피부재생에 특화된 화장품을 만들고, 콜마비앤에이치는 면역 중심의 건기식 개발에 나선다. HK이노엔은 자가면역질환 및 호흡기 질환 신약을 개발하는 장기 과제에 도전한다. 회사 관계자는 “융합 R&D는 각 계열사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 데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국콜마그룹은 융합 R&D 외에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대한 투자와 M&A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 콜마파마 및 한국콜마 제약사업 부문 매각을 통해 실탄(4500억원)도 넉넉하게 마련된 상태다. 1순위로 검토하는 건 바이오벤처들이 개발한 원물질을 도입하는 것이다. 원물질만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황에 따라 M&A도 추진할 방침이다.올해 HK이노엔 상장도 추진한다. 한국콜마그룹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투자자들도 HK이노엔의 주주로 끌어들이기 위해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JP모간도 상장주관사로 선정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사들인 글로벌 제약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시장에서는 상장 직후 HK이노엔의 시가총액이 2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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