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주택 증여 '꼼수' 잡아낸다

'탈세 혐의자' 1822명 정밀 검증
A씨는 지난해 아들에게 시가 13억원 상당의 수도권 아파트를 증여했다. 증여 직후 A씨는 이 아파트에 7억원을 전세 보증금으로 내고 세입자로 들어갔다. 이를 통해 아들은 시가와 전세 보증금의 차액(6억원)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냈다. 하지만 A씨는 이 아파트에서 퇴거하면서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않았다. A씨의 아들은 결국 13억원짜리 주택을 빚 없이 온전히 소유하게 됐다.

국세청이 A씨와 같은 증여세 탈루 혐의자 1822명을 대상으로 세무 검증을 실시한다고 2일 밝혔다. 단순히 주택 증여 시점뿐만 아니라 증여 대상 물건의 최초 매입 시점부터 증여 이후까지 세금 탈루가 있는지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했다.탈루 혐의자 중에는 주택 증여세를 신고하면서 다른 증여 재산을 누락하거나 증여 재산 공제를 중복해 받은 혐의자가 1176명으로 가장 많다. 시가가 아니라 공시가격 등으로 가치를 낮춰 증여세를 신고한 혐의자는 531명이다.

최초 주택 취득 자금의 출처가 불분명한 85명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C씨는 사회초년생인 자녀에게 아파트 및 분양권을 증여하면서 관련 증여세를 제대로 납부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C씨가 대형 마트 두 곳을 운영하며 신고한 소득이 주택 등 매입가에 비해 턱없이 낮은 점을 수상히 여기고 매출 누락 여부 등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국세청 관계자는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각종 증여세 저가 신고 및 불성실 신고 행위를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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