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계소문] 연예인들은 왜 마약에 손을 댈까

[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비투비 정일훈까지…계속되는 연예인 마약
"직업 특성상 심리적 취약성 있어"
짧은 자숙 기간에 "경각심 낮아" 지적도
"연예계 차원에서의 자정 활동 이뤄져야"
연예인 잇단 대마 논란 '왜?'(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또 마약이다.

그룹 비투비 멤버 정일훈이 지난 7월 대마초 흡입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연예계가 또 한 번 발칵 뒤집혔다. 비투비가 데뷔 후 무려 8년 간 큰 구설 없이 활동하며 대중적인 호감을 두텁게 쌓아왔던 만큼, 팀 전체 이미지에도 상당한 타격이 가해졌다.우선 '상습'이라는 점이 팬들을 경악게 했다. 정일훈은 4~5년 전부터 지난해까지 여러 차례 대마초를 피운 혐의를 받는다. 혐의가 사실이라면 그는 비투비로 활발히 활동하던 중에도 대중을 속이고 기만한 셈이 된다. 현재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 복무 중인 그는 지난 5월 입대 당시에도 "그동안 활동을 쉬면서 여러분들과 제대로 된 소통이 없었던 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그 시간 동안 오롯이 저에게 집중하며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을 가지는 중이었다"는 글을 남겼을 뿐이었다. 이후 7월 경찰은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이에 도피성 입대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진 상황.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는 "도피성 입대는 아니다"는 입장이지만, 정일훈이 입대 당시 수사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언반구도 없었다는 점에서 도덕성 결여라는 비판을 면하긴 어려웠다.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도 연예인 마약 소식은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다. 과거에는 상습적인 경우가 많아 충격을 안겼다면, 근래에는 빅뱅 지드래곤, 탑, 박유천, 정일훈 등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하며 국내외 인기를 얻고 있는 한류 스타들까지 마약 물의를 빚어 공분을 사고 있다.그렇다면 유독 연예인들이 마약에 손을 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직업적 특수성을 거론한다. 대중에 노출되는 직업인 만큼, 이로 인한 심리적 부담이나 압박이 심하다는 것. 또 어린 나이부터 연예인이 되기 위한 준비로 필요 이상의 사회화 과정을 겪으면서 오는 부작용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빅뱅 탑, 비투비 정일훈, 박유천 /사진=한경DB
익명을 요구한 심리상담사는 "어린 나이에 사회 활동을 시작하는 연습생들의 경우 성장기회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취약성을 지니게 된다. 온전히 성숙할 기회를 잃게 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 역시 "연예인들의 심리는 일반적이지 않고 복합적일 수 있다. 비연예인과는 확연히 다른 환경에서 자라 정신적, 정서적 부분에서 상당히 취약할 수 있다. 공허감 등 수많은 요소들이 작용할 테다"고 했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로도 마약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일각에서는 마약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의 빠른 복귀를 두고, 낮은 경각심을 지적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대마초 흡연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던 래퍼 나플라는 해당 사실이 알려진 지 불과 두 달 만에 새로운 소속사와의 계약 체결 소식을 전하며 활동 근황을 전했다. 사과를 하면서도 "스스로가 느슨해지고 약해지면서 해선 안 될 행동을 했다"며 "대마는 한국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경각심이 많이 부족했다"는 해명을 달았다.전문가는 대중에 비춰지는 이미지에 급급하기보다는, 근본적인 치료와 재발 방지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한덕 예방사업팀 팀장은 한경닷컴과의 전화 통화에서 "해외에서는 대마초를 기호식품으로 허용하는 곳이 있고, 일부 성분에 대한 치료 효과 때문에 합법화한 경우도 있지만 폐해가 심한 것도 사실"이라며 "대마초 또한 마약이다. 하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특히 교육을 통한 예방과 치료 및 재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팀장은 "마약은 결코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부분이 아니다. 중독에서 회복하는 건 평생 노력해야하는 것"이라며 "연예계 차원에서도 확실한 자정 활동이 일어나야 한다. 연예 기획사가 집단 관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문제의식을 갖고 협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연예인들의 경우 직업 특성 상 노출 치료가 힘들 수 있기 때문에 익명성을 보장하면서 동시에 누가 봐도 신뢰할 수 있는 수준에서의 예방과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 장치들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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