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대출로 전세 얻은 장관 후보자 딸 [전형진의 복덕방통신]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인사철입니다. 정부 부처의 수장도 여럿 교체가 예정됐죠. 인사검증을 할 때면 부동산 등 재산변동 내역이 늘 화제를 모읍니다. 이번 개각도 마찬가지인데요.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거주하지 않은 서울 도곡동 ‘도곡렉슬’ 소유 이력 때문에 갭투자 논란이 일었습니다. 사실 이런 논란은 별로 새로울 게 없습니다. 청문회 시즌마다 반복된 일이니까요.그보다 눈길을 끈 건 함께 신고된 장녀의 재산 내역인데요. 전 후보자의 장녀는 용산 오피스텔 전세보증금 2억9400만원과 사인 간 채무 7000만원, 자동차, 소액의 예금 등을 신고했습니다.

여기서 사인 간 채무는 사실 ‘아빠 찬스’입니다. 출처가 바로 전 후보자였기 때문이죠. 전 후보자는 장녀에게 7000만원을 빌려주면서 차용증을 쓴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부모자식 사이라도 5000만원을 넘게 주고받으면 증여세를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차용증이 조금 허술합니다. 채무를 언제까지 상환할 것인지 정하지 않고 있는 데다 원리금 상환 또한 ‘매년 또는 매월’으로 모호하게 정하고 있습니다. 지참변제나 계좌입금 등 변제 방법 또한 따로 약정한 게 없습니다. 지체할 경우에 대한 지연 손실금에 대한 내용도 마찬가지이고요. 사실 돈을 빌려주면서 이렇게 차용증을 쓴다면 갚지 말라는 의미와 다르지 않습니다.전 후보자의 장녀가 거주하는 오피스텔은 용산역 바로 앞에 있는 대형 주상복합 건물입니다. 올해 30살인 전 후보자의 장녀는 어떻게 도심 한복판의 수억원대 오피스텔 보증금을 마련했을까요.

전셋집 구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서민 금융지원 상품으로 버팀목전세대출이란 게 있습니다. 근로자·서민 전세대출과 저소득가구 전세대출을 통합한 제도로 2015년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연소득이 5000만원 이하이고 일정한 재산 기준만 갖춘다면 지원을 받습니다. 이 대출은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합니다. 2016년엔 재원인 1조3000억원이 일찌감치 동나는 바람에 대출이 중단되기도 했죠.

전 후보자의 장녀는 2017년 이 대출을 통해 보증금 일부를 충당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런데 말씀드린 것처럼 버팀목전세대출은 대표적인 서민 금융지원 상품입니다. 서민이란 기준은 모호하지만 당시 전 후보자는 2선 국회의원이자 2주택자였죠. 재산은 39억원이 넘습니다. 전 후보자의 장녀에게 대출 자격이 없었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 같은 정책상품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더욱 집중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고민을 해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정부 주도로 확대한 전세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레버리지를 통한 집값 상승의 재료가 된 측면도 있으니까요.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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