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석탄 외친 일본 '46살 원전' 재가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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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원전 확대하는 일본‘원전 트라우마’가 있는 일본이 10년 만에 다시 원전 확대로 돌아서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대부분 가동중단 상태인 노후 원전을 재가동하려는 일본 정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미야기현 오나가와 원전이 쓰나미 피해 지역에 있는 원전으로는 처음으로 재가동 절차를 마친 데 이어 가동한 지 40년이 넘은 노후 원전까지 다시 돌리려는 절차에 들어갔다. 2050년까지 ‘탈(脫)석탄 사회’를 달성하기 위해 화력발전소를 대폭 줄이고 원전으로 그 빈자리를 메우겠다는 게 일본의 전략이다.
후쿠이현 다카하마초 의회
40년 넘은 원전 2기 재가동 추진
값싸고 안정적인 에너지원 판단
원전 비중 6%→22% 회복 목표
"돌릴 수 있는 건 다 가동시킬 것"
지자체·지역주민도 긍정 평가
탈석탄 위한 원전 비중 확대
일본 후쿠이현 다카하마초 의회는 26일 간사이전력 다카하마원전 1, 2호기의 재가동에 동의했다. 다카하마초장(읍사무소장 격)과 후쿠이현 지사, 현의회의 동의를 받으면 재가동 절차가 마무리된다. 다카하마원전 1, 2호기는 가동을 시작한 지 각각 46년, 45년 된 노후 원전이다. 40년 넘은 원전을 재가동하기 위한 지역 주민 동의 절차에 착수한 곳은 다카하마초가 처음이다.일본은 2013년 7월 원자로규제법을 개정해 원전의 운전 기한을 40년으로 정했다. 사고 위험이 높은 노후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1회에 한해 20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둬 노후 원전도 재가동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당초 예외조항을 “극히 한정적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공언한 것과 달리 지금까지 연장을 신청한 노후 원전 4기가 전부 승인을 받았다. 원전 재가동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자민당은 “원전 수명을 40년으로 정한 과학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40년 규정을 없애려 하고 있다.일본은 원전 폭발 사고 후 54기에 달했던 원전 가동을 전면 중지하고 후쿠시마 원전과 설계 방식이 같은 원전 21기의 폐쇄를 결정했다. 이후 원자력규제위원회 안전성 심사를 통과하고 지역 주민의 동의를 얻은 원전 9기만 재가동을 허용하고 있다. 나머지 24기는 10년째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스가 요시히데 내각은 24기를 순차적으로 재가동한다는 목표다.
“돌릴 수 있는 원전 모두 돌릴 것”
노후 원전 재가동이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은 정부와 지역 주민, 전력회사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지난달 취임 후 첫 국회연설에서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전력 생산의 77%인 화석연료발전소 비중을 줄이는 대신 17%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원전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게 일본 정부의 판단이다.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 재생에너지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이 아니기 때문이다.일본 정부는 당장 6%까지 떨어진 원전 비중을 10년 내 20~22%로 회복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원전 30기 정도를 돌려야 달성할 수 있는 수치다. 스가 총리는 원전에 대한 여전히 부정적인 국민 여론을 의식해 “당분간 원전을 신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동이 중단된 원전을 다시 돌리는 방안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셈이다. 일본 경제산업성 고위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돌릴 수 있는 원전은 전부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도 재가동 희망
원전이 있는 지역 주민들과 지방자치단체도 경제적인 이유로 재가동을 원하고 있다. 다카하마초는 인구 1만여 명 가운데 원전 직원과 관련 산업 종사자가 4000명에 달한다. 이 지역 세수의 60%를 다카하마원전의 법인세 등 원전 관련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정부의 보조금 혜택도 무시할 수 없다. 일본 정부는 ‘원전3법 교부금’이라는 제도를 통해 원전이 있는 지자체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원전 사고 이후에는 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 보조금 규모를 오히려 증액했다. 올해 해당 지자체에 지급하는 원전 보조금만 최소 1150억엔(약 1조2239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원전 비중이 높은 전력회사로서도 재가동은 사활이 걸린 문제다. 다카하마원전을 운영하는 간사이전력은 2011년 이후 강화된 원전 기준을 맞추는 데만 1조엔(약 10조5871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노후 원전을 1기만 다시 돌려도 매달 25억엔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간사이전력의 계산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