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목표 못 채우면 처벌하겠다는 환경부 규제 본능

환경부가 무·저공해차 보급(판매) 목표를 채우지 못한 기업에 ‘저공해 자동차 보급 기여금’이란 이름으로 사실상 벌금을 매기는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인 벌금 수준은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 논의에 따라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지만, 무슨 목표만 정해지면 처벌을 동원해 해결하겠다는 환경부의 규제 본능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친환경차를 보급하더라도 기업과 소비자의 수용력을 따져 규제 도입 여부와 수위를 결정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환경부 행정은 기존 규제에 새 규제를 계속 쌓아가는 식이다. 친환경차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과 비교하면 규제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 규제가 제일 세다는 EU가 도입한 유해 배출가스 규제, 평균 연비 온실가스 규제, 자동차 재활용 규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신화학물질 규제(REACH)에 한국은 판매목표제까지 더한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가 단위로 보급 목표제를 정하고 미달할 경우 벌금을 매기는 곳은 없다는 게 한국자동차연구원의 분석이다.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벌금은 2023년부터 부과될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회사들은 “신규 전기차 개발에 통상 6년 이상의 시간이 걸려 정부가 제시한 시한 내에 도저히 판매량을 끌어올릴 수 없다”고 호소한다. 여기에 의무 판매비율은 매년 전년 대비 10~20%씩 상향되고 있는 마당이다.

기업들이 국내산 자동차 판매만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면 외국산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당장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세계 전기차 시장의 50%를 차지하며 한국 진출을 타진하는 중국 기업들이다. 자칫하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산 전기차 판매점으로 전락하지 말란 법도 없다.

경쟁국들은 환경정책을 펴더라도 자국 산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한다는데 환경부는 그런 균형감도 전혀 안 보인다. 전기버스 보조금으로 저가 중국산 전기버스 업체들 배만 불리더니, 이번에는 친환경차 판매목표제를 도입해 중국산 전기차에 판을 깔아주려고 한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도입 비율을 정해 외국산 잔치판을 만드는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또 하나의 보급 위주 전시행정의 폐해가 불보듯 뻔하다. 환경부가 시행 후 보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규제 만능주의요, 행정 편의주의에 다름 아니다. 부작용이 훤히 예상되는 제도라면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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