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시행후 더 좁은문 된 '청약 당첨'

지난달 서울 등 3개 분양 단지
평균 청약 경쟁률 200 대 1 넘어
고덕아르테스 537 대 1 '신기록'

4인 가구 만점도 당첨 '불확실'
"분양가 통제로 공급물량 줄어
청약 경쟁률·가점 더 치솟을 것"
한경DB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된 지난 8월 이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단지의 청약 경쟁률과 당첨 가점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로 공급 단지가 크게 줄면서 희소성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서울 및 경기 남양주에서 분양한 3개 단지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모두 200 대 1을 넘겼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의 각종 규제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며 “공급 부족으로 청약 당첨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급 줄자 청약 더 힘들어져

8월부터 분양가를 택지비에 표준건축비, 적정 이윤 등을 더해 정하는 분양가 상한제가 민간택지에도 적용되자 공급 물량이 크게 줄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으로서는 기대 수익이 크게 줄어 후분양 등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양에 나선 곳은 ‘로또’로 각광받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제시한 분양가보다 더 싼 가격에 공급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1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과 수도권에서 분양한 3개 단지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모두 200 대 1을 넘어섰다. 지난달 27일 1순위 청약을 받은 남양주 ‘별내 자이 더 스타’(421가구)에는 10만 명이 넘는 청약자가 몰려 평균 20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시세차익이 5억~6억원에 달하는 강동구 ‘고덕아르테스미소지움’(37가구)은 역대 서울에서 가장 높은 537 대 1을 나타냈다. 35가구를 모집한 서초구 ‘서초 자이르네’는 1만507명이 몰리면서 300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8월 서울 양천구에서 분양한 ‘신목동 파라곤’은 153가구 공급에 1만2334명이 몰려 147 대 1, 같은 달 은평구에서 청약을 받은 ‘DMC SK뷰 아이파크 포레’에는 110가구 모집에 3만7430명이 신청해 340 대 1의 경쟁률을 각각 나타냈다.

경쟁률이 치솟으면서 당첨 가점도 높아지고 있다. 강동구 ‘고덕 아르테스’의 경우 모든 주택형의 청약 커트라인이 69점을 기록했다. 4인 가구는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 가입기간에서 각각 32점(15년 이상)과 17점(15년 이상) 만점을 받아야 69점을 얻을 수 있다.4인 가구가 69점을 확보하더라도 가점이 같으면 추첨제로 당락을 가르기 때문에 분양가 상한제 아래에서는 적어도 5인 가구는 돼야 안정적인 청약 당첨이 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초 자이르네의 당첨 커트라인도 인기 주택형인 전용 59㎡ 기준으로 3인 가구가 얻을 수 있는 최고 가점인 64점에 달했다.

“내년 청약 가점 더 치솟을 것”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 말까지 서울 총 청약자는 46만8864명으로 집계됐다. 연간 기준으로 올해 2002년(64만5985명) 이후 18년 만에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서울 아파트 공급 감소가 이어져 청약 경쟁률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초구 반포동에서 224가구를 일반분양하는 ‘래미안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는 한국감정원과 택지비 산정에 따른 이견으로 11월 분양이 불투명해졌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11월에 분양할 예정이었으나 감정원과 감정평가사의 택지비 산정 이견으로 올해 분양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강동구에 4786가구를 일반분양하는 ‘둔촌주공아파트’의 올해 일반분양은 물 건너간 상태다. 둔촌주공은 HUG 측이 시세 대비 크게 낮은 분양가를 통보하자 조합장 해임 등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HUG가 제시한 분양가인 3.3㎡당 2970만원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 일부 조합원 사이에서는 후분양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데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주변 시세보다 대폭 낮은 단지들이 나오면서 청약 경쟁률이 상승하고 있다”며 “상당 기간 청약은 계속 로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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