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앞에선 꼬리 내린 구글…'앱 통행세' 도입 6개월 유예

세계 2위 인구 거대시장
현지 기업들 반발에 물러서
구글이 인도에서만 ‘앱 통행세’ 도입 시기를 늦추기로 했다. 인도 기업들이 거세게 반발하다 못해 자구책까지 마련하며 반(反)구글 전선을 형성하자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5일(현지시간)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구글은 자사 앱 장터인 플레이스토어의 수수료 확대 적용 시기를 인도에서만 2022년 4월로 결정했다. 반면 인도 외 다른 나라에서는 내년 10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다.앱 통행세 논란을 일으킨 구글의 결제 방식 변경의 골자는 자체 결제 시스템인 인앱결제를 플레이스토어에 입점한 모든 앱에 의무 적용하는 것이다. 현재는 게임 앱에만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있다. 인앱결제 확대는 모든 앱의 결제액 중 30%를 예외없이 구글이 수수료로 가져간다는 뜻이다.

이 같은 구글의 규정을 놓고 인도 기업들은 강력 반발했다. 인도 스타트업 150여 곳이 비공식적으로 연합체를 만들어 구글에 대항하기로 했다. 인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스타트업으로 꼽히는 전자결제기업 페이티엠은 플레이스토어를 대체하기 위해 인도 토종 앱 장터인 미니앱스토어를 선보였다. 페이티엠에 따르면 미니앱스토어에는 300개 기업이 앱을 등록했고, 사용자 수는 매달 1억5000만 명 이상이다,

페이티엠 창업자인 비제이 샤르마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독점권을 남용하는 거대한 고릴라(구글)에 맞서 싸우기 위해 언더독(약자)들이 뭉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글은 도박과 관련성이 있는 기업으로 페이티엠을 지목하고 지난달 일시적으로 플레이스토어에서 삭제 조치했다. 이를 두고 인도 기업들 사이에서 구글이 독단을 저질렀다는 비판이 일었다.구글이 인도에서 인앱결제 도입 시기를 연기한 데에는 세계 2위 인구대국인 인도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실리적인 이유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서치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구글은 인도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인도는 IT 기업에 거대한 시장이기도 하다. 구글은 최근 인도 최대 기업 릴라이언스 산하 지오플랫폼에 45억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앞으로 5년 동안 인도에만 10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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