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이 일상화 된 시대에 대비하라[여기는 논설실]

미국 맨해튼 이어 日도 '탈 도쿄' 조짐
재택 일상화의 시대 의식주 변화 주목
보수적인 문화로 유명한 일본기업들이 ‘재택근무 실험’이 성공한 사례들이 속속 보도되고 있습니다. 한경이 9월11일자 A1, 2면 보도한 후지쓰의 사례도 주목할만 한 사례입니다.

8만여명의 본사 사무직 직원 전원이 재택근무에 돌입하면서 후지쓰의 도쿄 시오도메 본사 빌딩 대부분이 지난 7월부터 텅텅 비었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후지쓰의 향후 공간활용 계획입니다. 후지쓰측은 본사를 포함해 총 120만㎡에 달하는 사무실을 2022년까지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워뒀습니다. 남는 공간은 임대나 매각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신 온라인 회의 등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250개 위성사무소를 공유오피스 등을 임차해 마련합니다. 공유오피스를 활용하는 만큼 임차비용도 최대한 줄일 수 있겠지요.


脫맨해튼 이어, 탈도쿄?

코로나19 창궐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월세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미국 맨해튼에서 탈출해 외곽으로 이사를 가는 직장인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보도는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많이 보도됐습니다. 그런데 이런 흐름이 일본 도쿄에서도 벌어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 총무성의 주민 기본대상 인구이동보고에 따르면 지난 7월 도쿄에서 타 지역으로 전출한 사람은 3만1257명, 전입자는 2만8735명이었습니다. 이는 같은 달 도쿄 도심에서 1~2시간 거리에 있는 인근 광역지자체 군마, 지바, 이바라키현의 전출자가 전년 동월 대비 20%가량 감소한 것과 맞물려 다양한 해석을 낳았습니다.

2013년 통계 작성 이래 도쿄의 인구유입 행렬이 끊어진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일본의 코로나 1차 확산이 정점을 친 지난 5월 한 차례 순유출이 일어나고, 7월에 또 다시 순유출 된 것이지요.

‘도쿄 일극(一極) 중심’이란 표현이 있을 만큼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각한 일본이기에, 탈도쿄가 본격화되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는 분명히 무리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도쿄 일극 중심에 균열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것은 사실입니다. 미국 뉴욕의 탈맨해튼 바람은 여전합니다. 부동산 감정평가업체 밀러 새뮤얼의 집계에 따르면 7월 뉴욕시 인근 교외 지역의 주택 거래는 전년 대비 44% 늘었습니다. 뉴욕시 인근 교외 주택 수요가 급증하면서 인근 뉴저지주에서는 최근 집을 내놓은 적이 없는데도 매도 의사를 타진하는 부동산 중개인들의 방문을 받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들어 맨해튼 월스트리트의 대형 금융회사들이 속속 출근을 재개하고 있어 탈맨해튼 러시가 계속될 것으로 장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9·11 테러 사태 직후 일부 전문가들은 뉴욕 도심의 인구가 교외로 이탈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지요.

그러나 “이번엔 정말 다를 것”이라는 관측도 많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래 많은 기업과 직장인들이 재택근무 시스템에 익숙해진 만큼 당분간 교외 지역은 매력적인 거주지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재택근무發 시장변화에 대비해야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이 시작된 초기 많은 미래학자들과 국내외 언론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변화상을 조망해보는 연구와 기획기사들을 쏟아냈습니다. 뜬금없는 내용도 많았지만, 가장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고, 이미 생활 속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게 재택근무일 것입니다.

기업들 입장에서도 코로나가 종식된다고 재택근무를 완전히 멈출 이유가 없습니다. 비용절감 효과가 크다는 점을 실감한 기업들이 이를 포기할 리가 없지요.

그런 만큼 작은 것이라도 재택근무가 대세가 된 시대의 사회변화를 미리 조망해 보고,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 변화는 의‧식‧주 전 부분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의복 분야에서는 코로나 이전부터 화산돼 왔던 캐주얼화(化)에 더욱 가속이 붙는 것은 물론, 이제는 양복 중에서도 상의만 많이 팔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식품업계에 즉석 식품 열풍이 더욱 뜨거워지면서 CJ제일제당 등 관련 기업들이 ‘깜짝 실적’을 내기도 했지요.

특히 ‘공간의 변화’가 부동산 시장에 가져올 파장은 어마 무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피스 시장의 퇴조가 예측 가능하겠고, 주택시장에도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과연 코로나 이후엔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 세상이 펼쳐지게 될까요. 언제쯤이면 그 실체를 확인하게 될 수 있을지, 여전히 궁금한 요즘입니다.

송종현 논설위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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