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조 시장 잡아라"…신용대출 고객 뺏기 경쟁

은행 '대출 갈아타기' 증가
최저 年 1%대 상품 잇따라
최근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은행권 신용대출 8000만원을 농협은행의 ‘NH로 바꿈대출’로 갈아탔다. 금리가 연 2.8%에서 연 2.1%로 떨어지면서 한 달에 18만6000원이던 이자가 14만원으로 줄었다. 김씨처럼 신용대출을 갈아타는 사례가 요즘 들어 부쩍 늘고 있다. 은행들이 저금리 기조를 이용해 124조원 규모(5대 은행 기준)의 신용대출 시장을 빼앗으려는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이 취급한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 1월 평균 연 3.09%(개인신용 1~2등급 기준)에서 8월 연 2.29%로 낮아졌다. 금리 차이가 0.8%포인트까지 벌어지다 보니 다른 은행의 신용대출 소비자를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졌다. 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달 각각 ‘NH로 바꿈대출’과 ‘우리WON하는 직장인대출(갈아타기)’을 선보였다. 하나은행이 지난해 말 내놓은 ‘하나원큐 갈아타기 신용대출’ 실적은 7195건(4932억원)을 넘어섰다.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1월 말 109조7000억원에서 지난달 말 124조2000억원으로 13%가량 불었다.

은행권에서는 신용대출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 금리를 연 0.2~0.3%포인트 낮출 수 있으면 갈아타기를 고민하고, 연 0.5%포인트 낮아지면 대부분 갈아타기를 선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인지세와 중도상환수수료를 고려할 때 금리가 연 0.5%포인트 떨어지면 이득을 볼 가능성이 크다”며 “신용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평균 7000만~8000만원을 갈아타 매월 4만~5만원을 아끼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신용대출 인지세는 대출금액 5000만~1억원일 때 3만5000원, 1억원 이상은 7만5000원이다. 5000만원 이하는 인지세 부담이 없다.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금 0.5%가 일반적인데 남은 대출 만기에 따라 더 싸진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