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아들이 119신고 10번 권했는데…" 가방학대 살해 계모에 '무기징역' 구형

검찰 "피해 아동 살릴 기회 여러 차례 있었다"
가방 갇혀 숨진 아이는 23kg…또래 친아들은 40kg
9세 의붓아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7시간이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40대 계모 [사진=뉴스1]
검찰이 동거남의 9세 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A씨(41)에 대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31일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부(채대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하며 20년간 위치추적 장치 부착 명령과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 등도 요청했다.검찰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숨진 아동은 가로 50㎝, 세로 71.5㎝, 폭 29㎝ 크기의 1번 가방에 3시간 동안 갇혀 있다가 그보다 협소한(가로 44㎝, 세로 60㎝, 폭 24㎝) 2번 가방으로 옮겨져 4시간 동안 감금됐다.

검찰은 A씨가 키 132㎝, 체중 23㎏에 불과한 피해 아동을 2번 가방에 가둔 뒤 73~163㎏의 무게로 수분간 여러 번에 걸쳐 뛰거나 짓누르는 등 압박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현장검증에서 마네킹이 2번 가방 안에 있을 때 아래로 움푹 내려앉는 등 충격이 그대로 전달됐다"면서 "(A씨는)아이를 40분간 그대로 방치하고 범행 은폐를 위해 119 신고를 지연했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A씨는)이런 무자비한 행위를 하면서도 지인과 통화를 하고 아이가 의식을 잃자 물을 뿌렸다"며 "아이가 숨이 안 쉬어진다고 했을 때, 가방 사이로 손가락을 꺼냈을 때, 아이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 아이를 꺼냈더라면, 친아들이 119에 신고하자고 10번이나 권유했을 때 곧바로 신고했더라면 아이를 살릴 수 있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 아동의 이모는 "아이가 가방에서 죽어가고 있을 때 A씨는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고 40분간 지인과 통화하면서 방치했다"며 재판부에 법정 최고형을 요청했다.

반면 A씨 측 변호인은 "용서받기 어려운 사건이지만 피고인은 처음부터 피해자를 살해할 마음은 없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사건 발생 후 심폐소생술과 119에 신고하는 등 살인의 고의성도 없었다"며 "법의 허용 범위에서 선처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A씨도 미리 적어온 메모를 통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죄송하다. 모두에게 사죄드린다"고 했다.
여행용 가방에 갇혀 숨진 9살 초등학생이 재학했던 초등학교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어린이가 추모를 하는 모습 [사진=뉴스1]
한편 지난 6월 1일 여행용 가방에 갇혔다 숨진 피해 아동은 9살임에도 몸무게가 23kg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일으켰다. 9살 남아 평균 몸무게는 약 32kg이다. 또래인 A씨 친아들은 40kg이었다.

온라인상에 공개된 A씨의 SNS에는 친자녀에 대해 애정을 표시하는 사진과 글이 다수 게재되어 있었다.A씨는 2018년 친아들의 사진을 올린 뒤 '우리 아드님 40kg 먹방 찍자'라는 글을 올리는 가 하면 '사랑스러운 딸래미, 공주'라며 자녀의 상장을 자랑하기도 했다.

반면 충남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숨진 피해 아동은 어린이날인 지난 5월 5일에도 머리를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피해 아동 몸 곳곳에 오래된 멍과 상처가 있었고 허벅지에는 담뱃불로 데인 것 같은 상처가 있어 상습 폭행 가능성이 의심된다.A씨에 대한 선고는 다음 달 16일 오후 1시 40분에 열릴 예정이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