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장로회 "한국교회, 즉각 전광훈과 관계 끊고 추방해야"

"전광훈 현상, 한국교회의 민낯"
"엄중한 시기 국가 방역체계 뒤흔들어"

1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사택을 나와 성북보건소 차량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는 전광훈 목사 [사진=연합뉴스]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 총회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사진)와의 관계를 끊고 그를 교계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개신교계에 따르면 기장총회는 지난 24일 발표한 '코로나19 재확산에 즈음하여' 제하 성명에서 "한국 교회는 즉각 전광훈 목사와의 관계 절연을 선언하고 그를 교계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장총회는 "극우적 정치이념과 근본주의적 믿음이 결합한 '전광훈 현상'은 한국교회의 민낯이었다"라면서 "화해의 가교가 돼야 할 교회가 대결과 증오를 부추겼다. 극단적 혐오와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급기야 '전광훈 현상'은 이 엄중한 시기에 국가적 방역체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다"고 진단한 기장총회는 "전광훈 현상을 배태하고 비호하거나 또는 방관해온 그동안의 한국 교회의 잘못을 통렬하게 참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종교의 자유, 헌법상 자유를 내세우며 대면 예배를 비대면 예배로 전환하라는 방역당국 요청을 거부하고 나서는 목사와 교회들이 있다"며 "나의 종교적 자유가 남을 위험에 빠트릴 자유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기장총회는 "그러나 현실은 교회가 세상에 십자가를 지워주는 꼴이 됐다. 자기 주장을 위해 세상의 희생에 무관심할 때 이미 그것은 교회도 아니고 신앙도 아니다"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기장총회는 또 "생명의 하나님은 코로나19를 통해 생명의 존엄을 위협하는 개인과 집단과 문명을 심판하실 것이다. 우리는 교회가 그 심판의 대상이 아닌지 두려운 마음으로 성찰하고 돌이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는 2020년의 한국 교회의 부끄러움과 수치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 재확산 위기 앞에서 모든 교회들이 방역에 앞장서 협력함으로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온 힘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고 덧붙였다.

전광훈 목사 [사진=연합뉴스]

앞서 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광훈 목사는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를 강행했다.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은 전날(26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관련해 접촉자 조사 중 18명이 추가로 확진돼 현재까지 총 누적 확진자 수는 933명"이라며 "이 중 교인 및 교회 방문자가 567명, 이들로 인한 추가전파가 285명이며 감염경로를 분류 중인 사례가 81명"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교회 지도자들은 오늘(27일) 간담회를 갖는다. 이번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사랑제일교회 등 교회발 집단감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노력에 기독교계가 적극 동참해줄 것을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