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어린 투자자에 위험 전가" 로빈후드 겨눈 美의회

수수료 없앤 대신 '잦은 거래' 유도
한국 증권사, 이 관행서 자유롭나

조재길 뉴욕 특파원 road@hankyung.com
지난 6월 미국 일리노이주 소도시 내퍼빌에서 20세의 젊은 대학생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거래 앱인 로빈후드를 통해 옵션에 투자했다가 73만달러의 빚을 지게 된 걸 비관해서다. 유서엔 “뒤늦은 후회지만 내가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썼다.

이후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투자금이 많지 않고 전문지식도 없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손쉽게 투기의 늪에 빠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여서다. 증시의 이상 과열과 청년 취업난이 불러온 사회 이면이란 반성도 나왔다.의회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숀 캐스턴 등 민주당 의원 6명은 로빈후드에 서한을 보내 “수익을 올리려고 어린 투자자에게까지 큰 위험을 전가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모바일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는 ‘코로나 시대’의 승자 기업으로 꼽힌다. 외출 금지령으로 집에 머물게 된 사람들이 신규 투자자로 대거 합류했기 때문이다.

로빈후드는 수수료 인하 경쟁을 벌이지 않는 미 증권업계에서 이례적으로 거래 수수료를 없앴다. 그 덕분에 이용자가 올 들어서만 300만 명 불어났다. 지난달 말 86억달러로 추산됐던 기업가치는 한 달 만에 112억달러로 뛰었다. 일반 증권사들의 ‘투자 조언’ 대신 무료 수수료를 선택한 가입자의 상당수는 젊은 층이었다. 1300만 명에 달하는 로빈후드 이용자의 평균 연령은 31세였다.로빈후드가 비판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수익 구조다. 가입자의 거래 수수료를 무료화한 대신 제3의 기관인 시장 조성자(market maker)에게서 대부분의 수익을 얻고 있다.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든 못 내든 거래만 많이 하면 로빈후드는 앉아서 돈을 벌 수 있다. 이용자들이 유동성 공급자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로빈후드가 올해 2분기에 거둔 이익은 1억8000만달러에 달했다. 대형 증권사인 찰스슈와브나 이트레이드보다 많은 규모다.

“비윤리적 기업”이라는 공격을 받은 로빈후드는 의회 조사가 시작되고 나서야 개선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투자자 교육 및 거래승인 절차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공개 약속했다.

한국의 일부 증권사도 오래전부터 수수료 무한 경쟁을 벌여왔다. 올 들어서는 미국 중국 등 해외 주식 거래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수수료 수입이 적더라도 일단 투자자를 확보하면 이에 따른 간접 수익이 크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다. 한국 20~30대 젊은 층 사이에서 해외 주식 사모으기 열풍이 불고 있는 것도 증권사들의 이런 마케팅과 무관치 않다. 하지만 시장이 지금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투자 실패 책임은 또다시 개인투자자 몫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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