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여행업계가 둘로 갈라진 이유

업계 "지원사업 되레 손실 가능성"
특혜시비 없애려면 정책보완 필요

이선우 레저스포츠산업부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숙박할인쿠폰 무상 배포, 여행상품 조기예약 할인 등 정부가 추진한 ‘코로나 추경’ 사업이 역풍을 맞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여행업계를 돕자는 사업인데, 취지와는 달리 거꾸로 업계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불거지고 있다.

14일부터 시작하는 ‘대국민 숙박할인쿠폰’은 내국인들이 오는 9월과 10월 숙박시설을 이용하면 1인당 3만~4만원을 깎아주는 소비 진작 사업이다. 7만원 이하 숙박시설은 3만원, 7만원 이상은 4만원 할인쿠폰을 준다. 총 100만 장 발행 비용 380억원은 정부가 280억원, 야놀자와 여기어때 인터파크 등 숙박예약 플랫폼을 운영하는 27개사가 100억원을 부담한다. 총 5억원이 넘는 쿠폰 발행 수수료도 업체들의 몫이다.이 부담금이 소란의 불씨가 됐다. “어떤 기준으로 이런 부담금 비중을 정했는지 모르겠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업체 규모에 따라서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는데 일방적으로 정해졌다는 것이다. 정작 지원을 받아야 할 여행업계가 대국민 할인 이벤트란 ‘화려한 구호’의 들러리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익을 확실히 내는 사업 구조도 아니다. 오히려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평균 10%의 수수료를 받는 예약담당 여행사들은 최소 10만원이 넘는 숙소를 팔아야만 부담금을 충당할 수 있다. 수수료 1만원이 안되는 10만원 미만 숙소는 부족분을 회사가 메꿔야 한다. 한 참여업체 대표는 “혼자 빠지면 시장 경쟁에서 밀릴 것 같아 참여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국내 가을여행 상품을 예약하는 15만 명에게 2만~6만원씩 총 90억원을 지원하는 ‘조기예약 할인지원’ 사업은 앞으로 더 시끄러워질 판이다. 여행업계가 아예 보이콧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소수의 대형 여행사에 유리한 조건이라는 이유에서다.문화체육관광부는 상품을 선정할 때 전체 2만2000여 개 여행사 중 50여 개에 불과한 ‘우수여행사’에 가산점 5점을 주기로 했다. 지방 여행사와 공동으로 만든 상품에도 가산점을 준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조건이 결국 대형 여행사의 이익으로 귀결될 것이란 볼멘소리가 나온다. 사업설명회 일정을 제때 알리지도 않았다는 건 지방 여행사나 중소 여행사의 또 다른 불만이다. 참다못한 중소 여행사들이 지난달 21일 서울행정법원에 사업 집행정지 신청을 하고 사업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적어도 내부 충돌은 없어야 한다.’ 정부가 정책수행에서 강조하는 ‘정합성’이다. 수혜 대상이 기꺼이 받아들일 용의가 있게끔 하는 ‘수용성’도 필수다. 급할수록 문제 소지가 없는지 살피는 차분함이 필요하다. 나랏돈을 써 도와주고도 욕먹는 불상사가 없게 하려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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