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창업 준비하기

박설웅 < 에스디생명공학 대표이사 swparkyi@sdbiotech.co.kr >
“학교 창업동아리에서 이 제품을 개발했는데 시장성이 어떻다고 보세요?” “출시 시점은 언제가 좋을까요?” “꿈이 기업가인데 창업은 언제 하는 게 좋습니까?”

얼마 전 대학에 다니는 조카가 의견을 물어왔다. 나는 답했다. “사회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창업 아이템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단다. 우선 전망이 좋다고 생각하는 회사에 입사해 경력을 쌓으면 지금 볼 수 없고 생각하지 못한 많은 길이 보일 거야. 그리고 경험을 쌓다 보면 꼭 창업이 인생의 목표라는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단다.”조카와 달리 나는 대학생 때 창업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직장생활을 20년 경험하고 나서 46세에 운명처럼 회사를 설립했다. 창업하기엔 비교적 늦은 나이였다. 더군다나 대학 전공, 직장 경력과는 무관한 화장품업계에 진출한 까닭에 창업 경험 및 노하우와 관련된 질문을 종종 받곤 한다.

누구든 전공을 선택할 때 관련 업종에 종사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선택한 전공 밖에서 폭넓게 학습하다 보면 다른 시야의 견해가 쌓이기도 한다. 아니면 애초 생각한 인생의 설계와는 다른 길을 선택하기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트위터의 잭 도시의 공통점은 모두 명문대학을 중퇴한 뒤 창업해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을 일궜다는 것이다. 조카도 이런 글로벌 IT기업 창업가의 스토리를 알고 있기에 대학 중퇴는 아니지만 졸업 후 창업의 열망을 키운 것이리라고 생각한다.나는 창업을 염두에 두고 조직생활을 하기보다는 현재 위치에서 학교 또는 직장생활을 충실히 하다 보면 창업은 결과적으로 따라오는 것과 같다는 얘기를 하곤 한다. 창업을 위한 별도의 준비과정, 즉 창업학교 등의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창업 준비과정은 현재 주어진 위치에서 호기심을 갖고 업무를 개선하려 하고 성과를 내려는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고민하다 보면 전혀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기회, 즉 창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순간이 온다.

중국의 세계적 IT기업인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도 영어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영어교사로서의 호기심과 사회를 개선하려는 의식이 원래 직업과는 완전히 다른 알리바바 창업으로 그를 이끌었다.

직장에서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 창업을 하든 승진해서 더 나은 직장으로 이직을 하든 필수적이다. 현재 위치에 충실하면 주위에서 알아보고 선배가 끌어주고, 거래처가 도와줄 것이다. 신뢰 관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직장생활 적응이 어려워 회피의 방법으로 창업을 선택한다면 성공 확률이 낮다. 역설적이게도 창업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방법은 현재의 학교 또는 직장생활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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