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의 해외 석탄화력발전 잇단 '태클'

한전 주주인 英 운용사 LGIM
"베트남 붕앙 2호기 건설 반대"

印尼 9·10호기 이어 진통 예고
한국전력의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사업 투자에 잇달아 ‘태클’이 걸리고 있다. 지난 6월 말 한전 이사회가 찬반양론 속에 가까스로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 투자 사업을 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이번엔 베트남에서 추진하려는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해외 주주가 반대 의견을 내놔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온실가스·초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국내에서 ‘감(減)석탄’을 추진하면서 해외에서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나서는 모순적 상황이 나라 안팎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게 만드는 근본 원인 중 하나”란 지적이 제기된다.영국 최대 자산운용사 LGIM의 메리암 오미 지속가능투자전략부문장은 2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인터뷰에서 “한전이 베트남에서 추진하고 있는 붕앙 2호기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은 회사와 투자자 모두에게 중대한 위험”이라며 붕앙 2호기 사업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LGIM은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전력의 25번째 주주로, 1% 안팎의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미 부문장은 “베트남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가 15년 내에 퇴출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구식 기술에 수십 년간 투자하는 것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전 등이 얻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의 성과는 개발도상국들이 불균형적으로 부담하고 있는 심각한 기후변화와 건강 피해의 대가”라며 “세계적으로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여나가고 있지만 한전이 변화하는 경제에 대응하지 않으면 주주들의 투자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했다.

붕앙 2호기 사업은 베트남 하띤성 지역에 총 1200㎿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 사업이다. 한전은 주요 주주인 홍콩 기업이 ‘탈(脫)석탄’을 선언하고 포기한 지분(40%)을 인수하는 형식으로 이 사업에 약 23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건설은 한국 건설사의 참여를 추진 중이며 운영은 한전이 담당할 예정이다.해외 자산운용사가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자와 9·10호기에 이어 붕앙 2호기 사업도 진통을 겪게 될 전망이다. 앞서 한전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에 자와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가 한전 안팎에서 “기후 오염을 수출한다”며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한전은 정기이사회에서 한 차례 의결을 보류한 끝에 지난달 임시이사회에서 투자 계획을 가결했다.

한전은 조만간 붕앙 2호기 사업 추진 계획을 이사회에 상정할 계획이지만 이 역시 이사회에서 찬반 논란이 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전 관계자는 “구체적인 이사회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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