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개발이익 공유' 박원순 주장에 강남구청장 "뜬금없다"

민주당 정순균 구청장 "법 개정되면 반대는 안 하겠지만…정치적 의도 아니냐"
서울시 "서울 전체 여론조사로 의견 물을 것"
박원순 서울시장은 일요일이던 지난 5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 한 꼭지를 올렸다.박 시장은 이 글에서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설로 생긴 1조7천491억원 등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을 해당 자치구 안에서만 써야 하는 현행 법령과 그 개정에 소극적인 국토교통부를 비판하면서 "강남권 개발 이익이 강남에만 독점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가만히 있다가 재원을 내주게 생긴 강남구의 정순균 구청장은 9일 박 시장을 향해 "뜬금없다"고 반응을 나타냈다.

정 구청장은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공공기여금은 전혀 이슈가 되는 문제도 아니고, 벌써 몇 년 전에 제기된 것"이라며 "이것을 지금 들고나오는 것은 정치적 의도 외에 뭐가 있겠나"라고 물었다.정 구청장은 박 시장과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1995년 지방자치 시행 이후 최초로 강남에서 당선된 민주당 소속 구청장이다.

그는 "각을 세우려는 것이 아니라 할 말은 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만약 국토교통부가 공공기여금을 나눠 써야 한다는 취지로 법을 개정한다면 반대는 안 하겠지만, 지금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거듭 비판했다.박 시장 주장이 뜬금없다는 데는 일리가 있다.

최근 공공기여금은 서울시 정책에서도 별달리 다뤄진 바가 없다.

특히 GBC 사업은 이미 지난해 12월 서울시와 현대차가 협의해 공공기여 이행방안을 정해둔 사안이다.그때도 지금도 결정권자는 박 시장이다.
이에 박 시장이 강남 부동산 억제는 물론 대권을 향한 자신의 정치적 진로 설계를 위해 공공기여금 문제를 제시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공공기여금은 전국적 관심사인 부동산 가격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문제인 데다가 평소 토지 공개념을 주창한 박 시장의 정치적 입지 위에서 던질 만한 주제라는 것이다.

공공기여금 의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대의명분이 있는 좋은 정책을 매개로 이슈를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여금과 같은 부동산 관련 사안은 낮은 지지율로 분투하는 박 시장에게 쓸만한 '이슈 파이팅' 도구이기도 하다.

흔히 '작은 정부'라 불리는 서울시는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다양한 정책을 쏟아낸다.

하지만 굵직한 정책을 일상적으로 내놓다 보니 사안별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서울시의 고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기여금 법령 개정 문제를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국토부 실무진에 호소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제기한 다음 논쟁적 사안의 중심을 박 시장이 선점하는 것이 서울시의 '큰 그림'이라는 분석이다.

시는 국토부와 공공기여금 협의를 이어가는 동시에 조만간 이 사안 관련 여론조사를 벌여 결과를 공개할 방침이다.

조사는 서울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되 동남, 서남, 동북, 서북권 등 4개 권역별로 나눠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는 동남권에 속한다.

이 여론조사 결과는 동남권과 나머지 권역 간 차이가 클 것이라고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기여금 사용 범위는 그 사회의 합의가 본질"이라고 말했다.이는 합의하기 나름이라는 의미로, 박 시장과 서울시가 장차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공공기여금 사용의 광역화'를 강하게 밀어붙일 상황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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