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용 X레이로 20조 글로벌시장 도전"

강소기업 탐구

세계 최소형 'X레이 튜브' 개발
치과·정형외과 진단기 매출 급증
방사선 암치료기도 상용화 '박차'
의료용 방사선기기 전문업체 레메디의 구자돈 대표가 서울 양평동 사무실에서 초소형 엑스레이 튜브 제조 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민경진 기자
투과성이 강해 물체의 내부를 볼 수 있는 엑스레이는 의료진단 분야의 필수 장비다. 하지만 부피가 커 설치하려면 넓은 공간이 필요한 것과 최고 1억원에 달하는 가격이 단점으로 꼽힌다. 강원 춘천시의 의료용 방사선기기 업체 레메디는 이런 엑스레이 진단장비의 진입장벽을 확 낮췄다. 이 업체는 초소형 엑스레이 튜브 제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휴대용(포터블) 엑스레이 진단장비(사진)를 상용화하는 등 의료기기 중에서도 ‘초고가’로 분류되는 방사선 진단·치료장비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휴대 간편하고 가격 경쟁력 갖춰
레메디가 보유한 핵심 기술은 ‘고집속 엑스레이 발생기술(HIFoX Technology)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은 엑스레이 발생장치의 주요 부품인 엑스레이 튜브의 크기를 4㎝까지 줄이면서도 저선량·고해상도 성능을 보유한 게 특징이다. 엑스레이 튜브의 크기가 세계 최소 수준으로 줄면서 포터블 엑스레이 진단장비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레메디는 2012년 회사 설립 이후 연구개발(R&D)을 지속한 지 약 5년 만에 이런 핵심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레메디는 2017년 치과용 포터블 엑스레이 진단장비를 시작으로 의료기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휴대가 간편한 특징과 가격 경쟁력이 미국, 일본 의료업계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누적 판매량 1000대를 돌파했다. 이 중 70%는 미국 시장에서 거둔 실적이다. 레메디의 매출은 2018년 5억원에서 지난해 20억원으로 뛰어올랐다.레메디는 지난해 흉부용 포터블 엑스레이 진단장비를 새롭게 선보였다. ‘폐렴 신속진단 엑스레이 플랫폼’을 강원 홍천보건소와 영월보건소에 보급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계기로 증가한 엑스레이 진단장비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동국제약 자회사인 동국생명과학과 포터블 엑스레이 진단장비의 국내 독점 판매권 계약을 맺기도 했다.

“암 치료 등 방사선 의료 서비스 대중화”

레메디의 다음 목표는 방사선 암 치료기 상용화다. 방사선 암 치료기는 5만 개에 이르는 부품이 필요할 정도로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의료기기다. 생산국이 미국, 스웨덴 두 곳밖에 없고 대당 가격이 최고 200억원에 달할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이다. 구자돈 레메디 대표는 “미국은 전체 암 환자의 58%가 방사선 암 치료를 받고 있는데 한국은 28%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방사선 암 치료기를 국산화해 고급 의료 서비스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레메디의 방사선 암 치료기 상용화 사업은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영상유도 방사선 치료 시스템 상용화 생태계 조성’ 사업의 국책과제로 선정됐다. 사업비 42억원을 지원받게 되면서 방사선 암 치료기의 주요 부품인 선형가속기 개발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레메디는 춘천에 선형가속기 제조공장을 설립하고 내년께 시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구 대표는 “방사선량을 30분의 1로 줄인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 디지털카메라 크기의 초소형 엑스레이 진단장비 등 고가의 방사선 의료기기를 국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보급하며 20조원 규모의 글로벌 방사선 진단·치료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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