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와이어카드, 2.6조원 증발 스캔들로 몰락 위기

도이체방크보다 잘나갔던 독일 핀테크社 와이어카드
18일 하루 만에 주가 -63%
독일 혁신금융의 상징이었던 와이어카드가 회계부정 의혹으로 몰락할 위기에 처했다. 회사가 그동안 보유 중이라고 주장해온 19억유로(약 2조6000억원)가 도대체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와이어카드 주가는 18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서 전 거래일보다 62.82%(64.6유로) 급락한 39.9유로로 마감했다. 주가가 하루 만에 급락한 이유는 회계부정 의혹 때문이다. 이날 와이어카드의 회계감사인은 현금 19억유로의 소재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발표했다. 와이어카드가 2012년부터 벌어들였다고 공언한 이익이 통째로 행방불명된 것이다. 유럽의 핀테크기업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곳으로 꼽히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와이어카드는 이번 현금 증발 스캔들 때문에 몰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와이어카드의 기업가치는 2018년 한때 독일의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를 뛰어넘는 등 승승장구했다. 전자상거래가 늘어나면서 와이어카드의 주력사업인 전자결제가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와이어카드의 창업자인 마르쿠스 브라운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의 신흥 주식부호로 평가됐다.

하지만 와이어카드를 둘러싸고 여러 의혹이 일어 왔다. 와이어카드가 급성장할수 있었던 원인은 경쟁사들이 꺼려했던 포르노와 온라인게임 전자결제 서비스에 있었다는 주장이 먼저 나왔다.

결정타를 날린 와이어카드의 회계처리 문제는 끊임없이 도마에 올랐다. 와이어카드가 발표한 재무제표상 매출은 2004년부터 2018년까지 50배, 영업이익은 70배 급증했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와이어카드의 회계처리가 불투명하다는 주장을 해 왔다.지난해에는 내부자의 폭로가 터졌다. 내부고발자들은 와이어카드가 실적을 조작해 회계감사인과 금융감독당국을 속였다고 주장했다. 이 폭로는 결국 이번 현금 실종 의혹으로 이어졌다. 와이어카드는 19억유로를 은행에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회계감사인에 따르면 해당 은행들은 이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확인증 발급을 거부했다.

와이어카드는 18일로 예정했던 지난해 실적 발표를 취소했다. 19일까지 실적을 발표하지 못하면 은행들은 와이어카드에 대출해줬던 20억유로를 즉각 회수할 권리를 갖게 된다. 와이어카드의 지분을 갖고 있는 주요 기관투자가들은 와이어카드를 상대로 한 법적 조치도 검토 중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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