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종주국' 일본업체들도 증산…힘 실리는 OLED 진영

LCD 고집하던 샤프도 OLED 신제품 출시
일본 프리미엄TV 시장서 OLED 비중 80% 달해
액정표시장치(LCD) TV 종주국이었던 일본의 전자업체들이 잇따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내놓으면서 OLED TV 생산이 늘고 있다. 반면 일본 업체들의 LCD TV 생산은 줄어 들고 있어 OLED 진영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OLED TV 제조업체가 늘어나면 유일한 패널 생산업체인 LG디스플레이 실적도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2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일본 업체들의 1분기 LCD TV 출하량은 444만대로 작년 동기(652만대)와 비교해 32% 급감했다. 일본 업체들의 LCD TV 생산대수가 500만대를 넘지 못한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같은 기간 OLED TV 출하량은 소폭 늘었다. 1분기 일본 업체들은 작년 동기(17만200대)보다 13%가량 증가한 19만2100대의 OLED TV를 생산했다. 2018년 1분기(7만9500대)와 비교하면 일본의 OLED TV 출하량은 2년 만에 141% 뛰었다.

일본 가전업체들은 앞다퉈 OLED TV 신제품을 공개하고 있다. 도시바는 최근 자사 홈페이지에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48인치 OLED TV '레그자' 모델을 공개했다. 소니도 오는 7월부터 48인치 OLED TV '브라비아'를 판매한다. 그동안 LCD만 고집해왔던 샤프까지 지난달 23일 자사 최초 OLED TV를 출시했다.

전자업계에서는 TV 시장에서 입지가 줄어드는 일본 업체들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OLED TV생산을 늘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분기 일본의 세계 TV시장 매출점유율은 14.3%에 그쳤다. 북미시장에서는 5위권 안에 일본 브랜드가 한 곳도 없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북미시장 소비자들은 LCD TV를, 유럽시장 소비자들은 OLED TV를 선호한다”며 “북미시장에서 매출이 쪼그라들자 OLED TV로 신시장을 공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내수 가전시장에서도 OLED TV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1분기 기준 일본시장 OLED TV 비중은 20%까지 올라왔다.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시장에서는 OLED TV가 78%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OLED TV 업계 선두주자인 LG전자는 이런 변화를 반기고 있다. 되도록 많은 업체들이 OLED 진영에 합류해 세계 TV 시장에서 OLED가 대세로 자리잡으면 자연스레 LG전자의 시장지배력도 넓어진다는 계산에서다.

유일한 OLED TV 패널 공급업체인 LG디스플레이도 일본업체들의 OLED TV 증산을 호재로 보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올해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출하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420만대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최근 이를 500만대로 상향 조정했다. 김광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TV 세트 업체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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