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내집마련 하려면…한 푼도 안 쓰고 7년 모아야"

'2019 주거실태조사'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5.4배…수도권은 6.8배
자가보유율 역대 최고…무주택기간 평균 11.2년
서울 마포구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수도권에 내 집 마련을 하기 위해선 6.8년치 가구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나마도 지난해와 비교하면 소폭 줄어든 수준이다. 가구주가 된 이후 생애 첫 집을 마련하는 데까진 평균 6.9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1일 발표한 ‘2019년 주거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자가보유율은 지난해 61.2%를 기록하면서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전년(61.1%)과 비교하면 소폭 올랐다. 자가보유율이란 내 집을 보유하고 있는 가구의 비율을 말한다. 수도권은 54.1%, 광역시 62.8%, 나머지 도 지역은 71.2%로 집계됐다.
자기 집을 갖고 있으면서 거주까지 함께 하고 있는 가구의 비율도 2006년 이후 가장 높았다. 전국 기준 58.0%를 보였다. 수도권은 50.0%, 광역시는 60.4%, 기타 도 지역은 68.8%로 나타났다.

가구별 거주 형태는 자가 58.0%를 비롯해 월세(19.7%), 전세(15.1%) 순을 보였다. 2014년 이후 자가가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반면 임차가구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임차가구 비율은 2014년 43.5%에서 지난해 38.1%로 줄었다. 임차가구 가운데 월세의 비율은 지난해 기준 60.3%, 전세는 39.7%다.

가구의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PIR)은 전국 기준 5.4배로 전년(5.5배) 대비 소폭 감소했다. PIR이 5라면 가구의 5년치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집값을 충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수도권 PIR은 6.8배, 광역시는 5.5배, 나머지 도 지역은 3.6배 순으로 조사됐다. 도 지역을 제외하면 모두 전년 대비 0.1배씩 떨어졌다.
임차가구의 월소득 대비 월임대료 비율은 전국 16.1%를 기록하면서 전년(15.5%)보다 증가했다. 수도권은 18.6%에서 20.0%로 증가했다. 가구 월소득이 500만원이라면 100만원은 월세 등 임차료로 지불한다는 뜻이다. 광역시는 16.3%, 도 지역은 12.7%다.

생애 첫 집을 마련하는 데 소요되는 연수는 6.9년인 것으로 조사됐다. 집값이 급등하던 2018년 7.1년까지 늘어났지만 지난해 다시 감소했다. 생애 최초 주택마련 소요연수는 가구주가 된 이후를 기준으로 따진다. 무주택가구의 무주택기간은 11.9년에서 11.2년으로 다소 짧아졌다.

전체 가구가 한 집에서 평균적으로 거주하는 기간은 7.7년이다. 임차가구는 3.2년을 거주한 반면 자가가구는 10.7년을 살았다.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거주한 기간이 2년 이내인 가구는 전체 가구 중 36.4%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자가가구는 20.3%, 임차가구는 60.9%다. 자가가구가 비교적 최근 내 집을 마련해 거주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이사를 한 가구 가운데선 ‘시설이나 설비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집을 옮겼다’는 응답(42.6%)이 가장 많았다. ‘직주근접(30.8%)’과 ‘주택마련(27.2%)’ 등의 순이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과 직전 거주 주택을 비교해보면 월세에서 전세로, 또는 전세에서 자가로 이동하는 상향이동이 28.6%로 하향이동(8.2%)보다 많았다.

전체 가구의 84.1%는 살면서 내 집 마련이 꼭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가구주의 연령이나 가구주의 소득이 높을수록 이 같은 경향이 강했다. 가구주가 40세 미만인 경우 주택보유 필요성에 대한 응답이 76.9%였지만 60세 이상에선 89.2%가 주택 보유의 필요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소득별로는 하위가 78.2%, 상위는 91.4%가 이같이 응답했다.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한 가구는 전체 가구의 5.3%로, 106만 가구 수준을 보였다. 전년(5.7%·111만 가구)보단 소폭 감소했다. 지하나 반지하, 옥탑방에 사는 가구는 1.3%(26만5000가구)로 전년 대비(1.9%·37만6000가구) 크게 줄었다. 반면 가구 1인당 필요로 하는 주거면적은 31.7㎡에서 32.9㎡로 늘어났다.응답자들은 주거지원 프로그램 가운데 주택구입자금 대출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봤다. 전체의 31.2%가 주택 매입을 위한 금융 지원을 꼽았다. 전세자금 대출지원이 필요하다 응답한 비율은 23.5%,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은 11.9%를 기록했다.

가구 특성별로 주거실태를 들여다보면 청년가구는 1인가구가 59.2%로 전체의 절반을 넘게 차지했다. 대부분인 77.4%는 임차 형태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가구가 38.1%인 것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최처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가구는 9.0%, 지하나 반지하, 옥탑에 거주하는 비중은 1.9%로 각각 집계됐다.

신혼부부의 경우 절반(49.3%)이 자가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가구 비중(31.6%)는 청년가구와 마찬가지로 일반가구(15.1%)보다 높았다. 임차가구 가운데 77.9%는 임대료와 대출금 상환이 부담된다고 답했다. 다만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중은 3.9%로 일반 가구(5.3%)보다 낮았다.

눈에 띄는 건 가족계획을 세울 때 1순위로 고려하는 게 주거안정이란 점이다. 자녀 양육비용과 교육비(25.8%)보다 주거문제(37.6%)가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더욱 높았다.

고령가구의 경우 76.9%가 자구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소득활동이 많지 않아 일반가구에 비해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고령가구의 PIR은 8.4배로 일반가구(5.4배)와 큰 차이를 보였다. 거주하고 있는 주택도 준공 30년을 초과한 경우가 많았다. 노후주택에 거주하는 비중은(35.1%)다. 이들은 가장 필요한 정책지원으로 주택 개량과 개·보수 지원(26.5%)을 꼽아 다른 가구 유형과 큰 차이를 보였다.
국토부는 지난 3월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 2.0을 토대로 장기공공임대주택의 재고율을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올해 공공주택 21만 가구를 공급해 재고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 수준까지 오르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내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율은 7.6%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거복지로드맵과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한 결과 주거 수준이 상당 부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임차가구의 월소득 대비 월임대료 비중이 일부 상승해 향후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주거실태조사는 주거환경이나 이동, 가구 특성과 관련한 기초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진행한다. 2006년부터 격년 단위로 실시했지만 2017년부턴 매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국토부가 한국연구원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6만 가구를 대상으로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진행했다. 자세한 연구보고서는 국토교통 통계누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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