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잘 만들어도 외국만 배불려…'한국판 넷플릭스' 나와야

취약한 플랫폼 강화 시급

정부 주도 한류행사 산발적 진행
의도적 설계나 진흥 운동 안돼
1997년 드라마 ‘사랑은 뭐길래’의 중국 CCTV 방영을 한류의 시작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이후 한류는 드라마 ‘겨울연가’, 가수 싸이와 방탄소년단, 영화 ‘기생충’으로 이어지며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정부는 한류 확산의 중요한 시기마다 다양한 지원책을 내놨다. 최근에도 한류협력위원회를 구성해 지원에 나섰다.

그런데 한류 확산의 변곡점마다 정부 주도의 한류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커졌다. ‘조용한 지원’으로 관련 산업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산발적인 한류 행사에 몰두한 탓에 중장기적인 비전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전문가들은 콘텐츠의 자연스러운 확산을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정봉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는 “콘텐츠는 흘러가는 것”이라며 “콘텐츠의 본질을 믿고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이 시장은 의도적으로 설계하거나 진흥 운동을 한다고 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한류는 민간의 자생적인 움직임과 창의적인 노력으로 확산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류 콘텐츠의 위상에 비해 여전히 취약한 플랫폼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리만의 콘텐츠’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글로벌 플랫폼인 넷플릭스와 유튜브로 흘러가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손잡고 자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웨이브’를 출범시키고, CJ ENM과 JTBC가 합작법인을 설립해 자체 OTT ‘티빙’을 강화하고 있지만 넷플릭스에 한참 밀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국내 사업자와 달리 망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한류 콘텐츠 수익의 많은 부분이 외국 플랫폼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한국판 넷플릭스’를 키워야 한류로 인한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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