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D의 공포…韓銀, 제로금리 카드 꺼내나

코로나에 低유가 겹쳐
5월 물가 상승률 마이너스 유력

'내수 가늠' 근원물가도 빨간불
생활방역 전환돼도 회복 한계
디플레이션 우려 점점 커져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작년 9월(-0.4%)에 이어 8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지난달 중·하순 배럴당 10달러대로 폭락했던 국제 유가가 시차를 두고 이달 물가를 끌어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물가가 한동안 계속 내려갈 것이란 전망에 소비자들이 소비를 늦추는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까지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가 하락세로 전환하나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95로 전년 동월 대비 0.1% 오르는 데 그쳤다. 작년 10월(0.0%) 후 6개월 만의 최저치다.

전문가들은 최근 10년(2010∼2019년)간 5월 소비자물가의 전월 대비 상승률을 적용하면 이달 소비자물가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지난 10년간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 대비 평균 0.1% 올랐다. 이 평균 상승률을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104.95)에 적용하면 이달 물가지수 추정치는 105.05다. 작년 5월(105.05)과 동일한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상품 및 서비스 수요가 평년보다 크게 약화돼 있는 상태다. 여기에 연초 배럴당 65달러에서 지난달 중·하순 10달러대까지 폭락한 국제 유가가 이달 물가의 추락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제 유가는 3주가량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 제품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도 조만간 줄줄이 하락세를 나타낼 것이란 관측이다.“기준금리 올해 두 차례 내릴 듯”

반론도 있다. 일각에선 이달부터 생활방역 체계가 시작됐고, 총 14조3000억원에 달하는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이 풀려 소비 활동이 전월보다 활발해진 만큼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생활방역 체계가 이어지더라도 소비 활동과 물가가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물가상승률이 이달 마이너스로 주저앉으면 실물경제가 얼어붙는 디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 경제의 종합적인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GDP디플레이터가 지난해 4분기까지 5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디플레이션 징후가 작년부터 두드러졌다”며 “코로나19 충격이 한국 경제를 디플레이션 한복판으로 밀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 하락 기대 심리가 커지면 가계는 더 저렴하게 제품을 사기 위해 소비를 미루고, 이는 소비 감소와 물가 하락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다. 한은이 이런 악순환을 끊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는 전망이 늘고 있는 이유다.

박석길 JP모간 본부장은 “한은이 소비를 진작하고 저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3분기와 내년 1분기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해 기준금리를 결국 연 0.25%까지 낮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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