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게이클럽서 13명 확진…접촉자들 동선 숨기면 어쩌나

이태원 킹클럽, 트렁크클럽, 클럽퀸 방문자 외출 자제해야
신천지처럼 신원공개 꺼릴까 방역당국 긴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남성 A씨가 지난 2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게이클럽으로 알려진 한 클럽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스1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용인시 거주 29세 남성 A씨가 하룻밤 사이 이태원에 있는 클럽 5곳을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방역당국 역학조사 결과 A씨가 방문한 이태원 클럽에서만 12명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8일 방역당국 발표에 따르면 A씨 관련 감염자가 13명 추가 발생했다. 이중 12명이 클럽 접촉자다. 12명 중 3명은 외국인이고 1명은 군인이다. 현재까지 A씨 관련 감염자는 총 15명이다.A씨 지인 B씨도 어제 확진 판정을 받았다. B씨도 A씨와 함께 클럽을 방문했다. B씨를 포함하면 클럽 관련 확진자는 총 13명이다.

5개 클럽을 합하면 A씨가 방문했을 당시 2000명 가량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추가 감염자가 더 나올수 있다.

한편 A씨가 전전한 이태원의 클럽은 하필 성소수자들이 주로 다니는 게이 클럽인 것으로 알려졌다.방역당국은 신천지 신도들이 신원공개를 꺼려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게이 클럽을 이용한 사람들도 신원공개를 꺼릴 가능성이 커 긴장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A씨가 방문했던 클럽 이름도 공개했다. 방역당국은 "이태원 킹클럽, 트렁크클럽, 클럽퀸 방문자는 외출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7일 용인시의 역학조사 결과와 방역 당국 등에 따르면 A씨는 증상발현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부터 확진 판정을 받은 6일까지 서울 송파구와 용산구, 경기 성남시와 수원시, 강원도 춘천시와 홍천군 등 서울·경기·강원 등 6개 지역을 돌아다닌 것으로 나타났다.A씨는 연휴가 시작된 지난달 30일 친구 3명과 함께 서울 송파, 경기 가평, 강원 춘천·홍천으로 놀러 갔다.

다음날인 1일 오후 5시 30분 자택으로 귀가한 A씨는 같은 날 오후 용인시 수지구 황재코다리냉면과 기흥구 레스프리드분당 주류점을 방문하고 집에서 쉬었다가 오후 11시 안양 확진자(31세 남성)와 둘이 이태원의 클럽에 갔다. 안양의 확진자는 전날 함께 여행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클럽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는 방식으로 다음날인 2일 새벽 4시까지 총 5시간 동안 이태원에 있는 클럽 5곳을 방문했다.2일은 A씨에게 발열(39도)과 설사 증상이 나타난 날이어서 클럽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코로나19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클럽을 방문한 후 A씨는 2일 새벽 4시 40분 택시를 타고 용인 집으로 돌아와 쉬었다가 당일 오후 4시 성남시 분당구의 막내쌈밥 정자점과 세븐일레븐 분당한솔마을점을 방문한 뒤 친구 차량으로 노브랜드 용인청덕점에 들렀다가 귀가했다.

3일 정오께에는 수원시 연무동의 조은이비인후과와 대학약국을 방문한 뒤 귀가했고, 4일에는 자택에 기거했다.

5일 오전 10시 30분 수원의 조은이비인후과를 재방문했으나 휴진으로 진료를 받지 못했고, 곧이어 오전 11시 용인시 기흥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아가 검체채취를 받았다.

이어 기흥구보건소 앞에서 차량 접촉사고가 발생해 보험사 직원을 만났고, 약국을 방문했다가 귀가했다.

A씨는 6일 오전 7시 55분 양성판정을 받고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으로 이송됐다.

용인시 역학조사에서 A씨의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사람은 식당종업원, 주류점 사장, 친구, 보험사 직원, 택시기사 등 총 5명이다. 이들은 모두 음성판정을 받았다.

A씨와 함께 클럽에 간 경기 안양시 거주 30대 남성은 7일 무증상 상태에서 검사를 받은 뒤 확진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A씨가 서울과 분당 등지를 방문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과 접촉했는지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A씨가 다니는 분당 소재 회사의 접촉자 43명(성남시 16명 포함)도 자가격리 및 전수검사를 받을 예정이다.논란이 커지자 자신이 A씨라고 밝힌 남성(닉네임 애교뿜뿜)은 SNS에 "이태원 클럽에 호기심에 갔다. 내 잘못이다"라는 사과 및 해명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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