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8만건 정보유출 국방과학硏…국가기밀이 이렇게 줄줄 새서야

국방과학연구소(ADD)의 퇴직 연구원 20여 명이 최근 수년간 기밀자료를 대거 유출한 정황이 포착돼 충격을 주고 있다. 군 당국에 따르면 군과 경찰, 국가정보원 등은 작년 말 이 연구소 퇴직 연구원들의 기밀 유출에 대한 내사를 진행했으며, 지난주 연구소가 그중 한 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무인전투체계 개발 사업의 초창기부터 참여한 이 연구원은 인공지능(AI), 드론(무인비행체) 등 미래전(戰) 기술 개발에 핵심 역할을 수행해 왔다. USB에 담아 유출한 연구자료가 68만여 건에 이른다.

이 연구원을 포함해 수사대상에 오른 퇴직 연구원 대부분은 국내 대학 연구소나 방산업체에 취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과정에서 이들 중 일부가 “퇴직 후 취업을 위해 기술을 빼가는 관행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져 기밀 유출이 상당히 광범위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웬만한 기업에서도 중요 정보의 유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는데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국책연구소에서 USB를 통한 유출도 못 막았다는 데 놀라고, 그 종사자들의 윤리의식 부재에 또 놀라게 된다.이번 기밀 유출은 군의 보안의식과 경계태세가 느슨해지며 각종 보안사고가 빈발하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해군 제주기지에선 민간인이 통제받지 않고 드나들 정도로 경계에 구멍이 뚫렸고, 지난 1월에는 경기도의 한 군부대 장교가 부대지휘통제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했다가 적발됐는데 이제는 국책연구소에서까지 있어선 안 될 일이 벌어졌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정부기관의 기밀 유출이 일어나고 있을지 모른다. 민간에선 산업스파이를 막기 위한 보안강화에 힘쓰는데, 정작 정부기관이 더 허술했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정부는 2년 전 한국재정정보원 비인가 자료 유출 건 이후 정부기관의 보안 강화를 약속했었다. 정부는 이제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방과학연구소 상급기관인 국방부의 통상적인 감찰·보안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점검해야 할 것이다. 유출 전모를 밝히고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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