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쁜 선례만 산더미처럼 쌓아올린 '코로나지원금'

코로나 사태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이 내달 13일부터 전 국민에게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씩 지급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제출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이 오는 29일까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전 국민 지급이 결정됐지만 코로나지원금은 나쁜 선례를 너무 많이 남겼다.

우선 기획재정부 의견이 번번이 무시됐다는 점이다. 지원금을 처음 논의할 때 기재부는 소득하위 50%를 대상으로 제시한 데 비해 여당은 하위 70% 지급을 주장했다. 여당안으로 일단락될 때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내가 반대한 사실을 꼭 기록해 달라”고 말했을 정도다. 이후 4·15 총선이 임박하자 여당은 다시 전 국민 지급을 약속했고, 이에 반대한 기재부를 찍어 눌렀다. 10조원 이상의 국민 세금을 쓰는 일에 나라 곳간지기인 기재부 의견이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지원금 결정이 포퓰리즘 양상을 띠었다는 점도 그렇다. 처음엔 재난 지원이란 취지로 출발한 것이 총선을 거치면서 선거용으로 변질됐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여당 원내대표가 “여당 후보를 찍어주면 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드리겠다”고 약속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급 대상을 전 국민으로 정하면서 상위 30%에는 기부를 주문하는 발상도 포퓰리즘으로 해석될 만하다. 자칫 국민을 70 대 30으로 나누고, 상위 30%를 다시 ‘착한 고소득층’과 ‘나쁜 고소득층’으로 갈라칠 가능성이 커서다.

또 지역민에게 1인당 수십만원씩 현금을 살포하면서 중앙정부의 재난지원금 재원 분담 요청에는 나 몰라라 하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두 얼굴’을 확인한 것도 씁쓸한 대목이다.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피해·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다. 그러나 코로나지원금처럼 주무부처 의견을 무시하고 포퓰리즘으로 결정한 정책은 나라 곳간만 좀먹고 더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사례가 반복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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