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은 늘었는데 이익 '뚝'…상장사 절반이 '속 빈 영업'

작년 수익성 악화 '시름'
LG전자는 지난해 매출 62조3062억원, 영업이익 2조436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0% 가까이 줄었다. TV와 스마트폰 등 주요 제품시장에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소비재 기업인 아모레퍼시픽그룹도 작년 매출이 전년보다 3.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9.3% 감소했다. 해외사업 마케팅 비용이 급증해 이익이 뒷걸음질했기 때문이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을 발표한 545개 상장사(금융회사 제외)의 지난해 매출은 1572조6000억원으로 전년(1571조7000억원)보다 9000억원(0.06%)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이들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143조1000억원에서 87조4000억원으로 38.9% 줄었다.

금융사를 포함한 580개 상장사 중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거나 영업적자를 낸 기업은 271곳(46.8%)으로, 전체의 절반에 육박했다. 지난해 영업적자로 돌아선 기업(43개)과 전년보다 영업적자폭이 확대된 기업(27개) 등 적자를 낸 기업도 70곳(12.0%)으로 집계됐다.

산업별로는 철강, 조선과 기계 등 ‘굴뚝 기업’들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저유가로 일감은 줄어든 반면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등으로 비용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란 분석이다.포스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0.2% 줄어든 3조8689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4분기(10~12월) 영업이익은 55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56.1%)이 됐다.

수년째 적자를 내는 부실기업도 늘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616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2015년부터 5년간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현대로템(-2077억원)과 현대일렉트릭(-1567억원)이 각각 2년과 3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가 둔화해 올해 실적도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미국에선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새로운 기업이 계속 나타나 산업 전반의 성장을 이끈다”며 “규제 개혁을 통해 신산업 육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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