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부동산 시장까지 덮쳤다…분양시장도 '개점휴업'

사이버홍보관으로 대체하고 모델하우스 개관 연기
1월 한 달 쉬었는데…또 청약 공백
총회 앞둔 정비사업도 비상
3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청 본관 출입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방지하고자 열감지기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이 확산하면서 부동산 시장으로 불똥이 튀었다. 확진자가 늘어나자 모델하우스 개관을 준비하던 단지들이 속속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총회를 앞두고 있는 재개발·재건축 조합엔 비상이 걸렸다.

◆8700가구 일정 밀리나3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경기 수원시에서 분양할 예정이던 ‘매교역푸르지오SK뷰’의 모델하우스 개관 일정이 취소됐다.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SK건설은 당초 오는 14일부터 분양일정에 돌입할 계획을 세웠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수원에도 확산되면서 아예 모델하우스 문을 열지 않기로 했다.

수원시에서는 장안구 천천동 다가구주택에 거주하는 40대 남성이 15번째 확진 환자로 판정됐다. 수원의 배우자 또한 AK플라자 수원점에 근무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백화점은 휴점한 상태다. 수원시는 관내 모든 어린이집에 1주일간 휴원 명령을 내렸다.

이 같은 확산 추세에 대우건설도 모델하우스 개관 자체를 취소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분양 일정은 유지하되 사이버홍보관으로 관람을 대체할 예정”이라며 “향후 계약자들에 한해 모델하우스 관람을 안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대구에서 분양할 예정이던 ‘청라힐스자이’는 일정을 미뤘다. 이 단지는 당장 이번주 모델하우스를 열 예정이었지만 개관 일자를 오는 21일로 2주가량 연기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연기된 일정도 아직은 잠정적”이라면서 “앞으로 병이 확산하는 추이를 봐야한다”고 전했다.

다른 단지들의 일정도 불확실하다. 대형·중견 건설사들이 이달 분양할 예정이던 새 아파트는 7개 단지 8700여 가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내 첫 환자가 나온 인천에선 ‘힐스테이트송도더스카이’와 ‘힐스테이트부평’ 등 2개 단지가 대기 중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각각 21일과 28일로 모델하우스 개관을 계획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연기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금산에서 ‘e편한세상금산센터하임’ 분양을 준비 중인 삼호 관계자는 “사태가 심각해지면 한두 주가량 밀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곳도 늘고 있다. 부산에서 이달 말~내달 초 분양을 준비 중인 ‘쌍용더플래티넘’의 경우 모델하우스에 의사가 상주하고 구급차도 대기할 예정이다. 열 감지기를 설치해 입장하기 전부터 발열 등의 증상을 보이는 방문객은 병원으로 후송한다는 계획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인근 의료기관과 연계해 신종 코로나 예방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2·3차 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현장 방역과 직원 건강관리도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분양 일정이 줄줄이 밀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청약시장은 사실상 한 달 이상 개점휴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달 중순부터 인터넷청약 대행기관을 금융결제원에서 한국감정원으로 이관하는 작업이 진행된 데다 설 연휴까지 겹친 영향이다. 민간청약 아파트 청약은 지난달 8일 검단신도시에서 ‘파라곤센트럴파크’가 1순위를 접수한 게 마지막이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부동산시장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비사업조합도 ‘비상’

총회를 준비하던 재개발·재건축조합들도 비상이 걸렸다. 의사결정을 위해선 반드시 총회를 진행해야 하지만 많게는 수천명이 한 곳에 운집하다 보니 자칫 병이 확산하는 자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하던 2015년엔 강남의 한 재건축 총회에 감염자가 참석하면서 조합이 발칵 뒤집힌 사례가 있다. 당시 총회에 참석한 1565명이 자가격리 조치됐다.인근 신반포2차는 조합설립총회일정을 29일로 2주를 미루기로 했다. 이곳은 다음달 2일까지 조합설립신청을 하지 못하면 일몰제를 적용받는 재건축 사업장이다. 2012년 1월31일 이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승인된 추진위원회는 다음달 2일까지 조합설립신청을 하지 못하면 서울시가 직권으로 구역해제를 할 수 있다. 신반포2차 추진위는 2003년 승인을 받았다. 추진위 관계자는 “총회 준비작업 등으로 일정을 다소 조정했다”면서 “일몰이 걸려 있어 더 이상 미루긴 힘들다”고 전했다.

그러나 갈 길이 바쁜 조합들은 일단 일정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신반포4지구는 이달 13일로 예정된 총회를 그대로 열기로 했다. 이날 이주계획이 확정돼야 5월부터 이주를 시작할 수 있어서다. 조합 관계자는 “여러 각도로 안전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며 “감염이 의심되는 조합원들에겐 참석 대신 서면결의 등을 통해 의사를 비치도록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한 폐렴' 생활감염 예방법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차, 3차 감염 환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철저한 감염 예방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등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는 걸러내고 과학에 근거한 예방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공장소에서는 기침예절을 잘 지켜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기침할 때 휴지나 손수건보다는 옷소매로 코와 입을 가리는 것을 권고한다. 질본 관계자는 “휴지나 손수건은 잘 쓰지 않으면 침방울이 샐 수 있고 평소 휴대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며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옷소매로 가리는 것”이라고 했다.

입에서 침방울이 분출되는 것을 막는 게 기침예절의 핵심이다. 기침을 하면 반경 2m까지 작은 침방울이 확산돼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재채기를 하면 바이러스가 있는 침방울이 눈, 코, 입, 피부에 묻을 수 있다”며 “바이러스가 눈, 코, 입의 점막에 붙으면 감염이 시작된다”고 했다.

손씻기는 간접 접촉 전파를 막는 데 필수다.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바로 옮겨가지 않고 중간에 사물을 거쳐 전파되는 것을 간접 접촉 전파라고 한다. 김 교수는 “손잡이, 의자, 컴퓨터 등 주변 사물에 바이러스로 오염된 침방울이 묻어 있을 수 있다”며 “침방울이 묻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면 감염되는 것”이라고 했다.

흐르는 물에 손을 적시고 비누로 30초 이상 손바닥, 손등, 손톱 밑, 손가락 사이를 비비며 씻어야 한다. 물로 씻기 어려울 때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알코올 세정제를 들고 다니며 손을 소독해야 한다. 장갑을 착용해 손을 보호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능하면 손으로 눈, 코, 입 등을 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데 마스크를 올바로 착용해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면으로 된 마스크보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0.6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하는 KF80 마스크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KF94, KF99 등은 KF80보다 더 작은 미세입자를 잘 차단하지만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숨이 차기 때문에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기 얼굴 크기에 맞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콧대 부분을 잘 조정해 얼굴과 마스크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출 시 착용했다가 실내에 들어와 벗었다면 재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타인과 대화하다가 상대방이나 자신의 침이 마스크에 많이 튀었다면 새것으로 교체한다.물을 자주 마시면 감염병 예방이 도움이 된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 바이러스가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다. 병문안 등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확진 환자가 다녀간 곳으로 보도된 장소를 다녀온 뒤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질본 콜센터(1339)나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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