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증식 억제 약물 개발…'신종 코로나'도 시험 예정

배양한 동물 세포 실험서 메르스 바이러스 복제 2만8천분의 1로 줄어
베를린 샤리테 의대 연구진,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논문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는, 앞서 지구촌을 엄습한 사스(SARS·중증급성 호흡 증후군) 및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와 몇 가지 유사점을 갖고 있다.같은 '코로나' 계열인 이들 바이러스는 모두 박쥐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단계의 중간 숙주는 '신종 코로나→뱀, 사스→사향 고양이, 메르스→단봉낙타'로 각기 다르지만 결국 인간에 전염해 폐렴 등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다.

미국 국립보건원(HIH) 산하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연구진은 2018년, 사스와 메르스 같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숙주를 옮길 때 유사한 방법을 쓴다는 요지의 논문을 저널 '셀(Cell)'에 발표하기도 했다.한국인에게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행은 2015년 메르스 사태의 악몽을 떠올린다.

당시 국내에선 18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38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메르스를 포함해 인간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효과적인 치료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그런데 세포의 '자가포식(autophagy)' 시스템을 표적으로 삼아, 메르스 바이러스의 증식을 거의 차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자가포식 유도 물질을 동물 숙주에 투여해, 메르스 바이러스의 급격한 복제 감소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SKP2 억제제'로 불리는 이 약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나 사스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독일 베를린 샤리테 의대( Charite - Universitatsmedizin Berlin)의 DZIF 연구진은 관련 논문을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DZIF는 이 대학 부설 기관인 '독일 전염병 연구 센터'를 말한다.

29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메르스 바이러스가 효율적으로 복제를 하려면 숙주 세포의 자가포식을 억제해야 한다는 걸 발견하고, 자가포식 유도 물질을 찾기 시작했다.

자가포식은 원래 자가포식소체(autophagosome), 리소좀(lysosome) 등이 관여해 세포질 노폐물, 퇴행성 단백질, 기능 저하 세포소기관 등을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분해된 물질은 세포에 필요한 에너지나 새로운 세포소기관 등을 생성하는 데 쓰인다.

세포의 자가포식은 일종의 세포 재활용 시스템인 셈이다.

하지만 과도한 자가포식은 세포 사멸을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제1형 세포 예정사(programmed cell death)인 자연사(apoptosis)와 구분해, 자가포식을 제2형 세포 예정사로 보기도 한다.

다양한 유형의 바이러스가 자가포식 억제 전략을 쓰는 건, 바이러스 등 병원체의 구성 요소도 노폐물을 노리는 자가포식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원숭이 세포에 감염 실험을 한 결과, 메르스 바이러스도 숙주 세포의 자가포식 과정을 교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를 주도한 마르첼 뮐러 박사는 "세포 재활용 과정이 약화하면 메르스 병원체가 이득을 얻는다는 걸 분명히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자가포식 '분자 스위치'로 작용하는 SKP2 단백질도 찾아냈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이 분자 스위치를 활성화해 세포의 자가포식을 늦췄다.

여기서 착안해 개발한 SKP2 억제 물질은 배양 세포 실험에서 메르스 바이러스 복제를 2만8천분의 1로 줄였다.

이런 물질 중엔 구충제로 허가된 니클로사마이드(niclosamide) 등이 포함된다.

SKP2 억제제는 또한 바이러스를 직접 표적으로 삼지 않아, 내성이 생길 위험도 낮다는 게 연구팀의 판단이다.뮬러 박사는 "승인된 약에도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라면서 "SKP2 억제제를 실제 약으로 쓰려면 임상 시험을 통해 어떤 위험과 이익이 있는지 적절히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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