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메르스 사태 때 기준금리 내린 한국은행…이번에도 '인하 카드'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주요 변수로 급부상했다. 한은은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각각 터졌을 당시 경기 위축을 막기 위해 즉각 기준금리를 낮췄다. 한은이 이번에도 ‘인하 카드’를 꺼내들지 주목된다.

한은은 2003년 4월 29일 한국에 사스 의심 환자가 발생하자 다음달인 5월 13일 기준금리를 연 4.25%에서 4.00%로 0.25%포인트 내렸다. 한은은 당시 통화정책방향문에서 “국내 경기는 둔화추세가 더욱 뚜렷해지는 가운데 사스 확산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가시화되고 있다”며 “이 점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경제활동의 과도한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2015년에도 5월 20일 메르스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하자 다음달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당시 한은은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며 “메르스 영향 등으로 성장 경로의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사스·메르스 사태는 한은의 우려처럼 경제에 뚜렷한 상흔을 남겼다. 정부 등에 따르면 사스는 2003년 경제성장률을 0.25%포인트 갉아먹고, 메르스는 2015년 성장률을 0.2~0.3%포인트 떨어뜨린 것으로 추정됐다. 우한 폐렴의 충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재영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 사태가 4~5월에 진정되더라도 연간 성장률은 0.15%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일단 ‘신중론’을 펴고 있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30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이르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