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행장, 27일 만에 취임식…"바른경영·신뢰받는 은행 만들 것"

임직원 박수 받으며 첫 출근
"줄서기 등 청탁땐 불이익 줄 것"
“언젠가 만나게 될 거예요.”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사진)이 29일 서울 을지로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인용한 기업은행의 광고 문구다. 윤 행장은 지난해 가을 서울 지하철 을지로입구역에서 본 이 문구를 떠올리면서 출근했다며 취임사의 운을 띄웠다. 윤 행장의 취임식은 임기 시작 27일 만에 열렸다. 윤 행장은 일관되게 ‘소통’과 ‘신뢰’를 강조하며 자신부터 몸을 낮추겠다고 했다.이날 취임식에 앞서 임직원 500여 명은 본점 로비에 나와 윤 행장의 첫 출근을 축하했다. 취임식 환영사는 그간 윤 행장 출근 저지 집회에 앞장서 온 김형선 노조위원장이 맡았다. 김 위원장은 “오랜 시간 고초를 겪게 해드려 죄송하다”며 “직원 행복을 최우선으로 해달라는 부탁만 들어준다면 지옥이라도 같이 가겠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취임사에서 △신뢰 △실력 △사람 △시스템을 경영 키워드로 꼽았다. 윤 행장은 “신뢰받는 은행을 만들기 위해 ‘바른 경영’을 하겠다”며 “바른 경영이야말로 경영 위험을 예방하는 안전판”이라고 말했다.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월트 디즈니가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만들기 위해 돈을 번다’고 말한 것처럼 이익을 내야만 기업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력의 원천으로는 사람을 꼽았다. 윤 행장은 “줄서기, 학연 등을 통한 청탁에는 반드시 불이익이 돌아가게 할 것”이라며 “직원 모두가 성과와 역량으로 평가받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그간 노조의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감안한 듯 기업은행과의 인연을 줄곧 강조했다. 1987년 재무부 저축심의관실에서 근무할 당시와 지난해 3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기업은행에서 열린 혁신금융 비전 선포식에 참석했을 때를 회상했다. 윤 행장은 “철은 순수한 성분일 때보다 다른 금속과 섞일 때 더 강해진다”며 “기업은행이 더 강해지기 위해서는 순혈주의를 벗고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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