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키프로스 해안서 또 가스 시추… ‘동지중해 자원전쟁’ 불붙나

터키, 키프로스섬 남쪽 해역서 시추작업
키프로스 "터키는 해적국가"
동지중해에서 터키와 키프로스공화국(키프로스)간 에너지 개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터키가 키프로스 해역에서 천연가스 탐사 시추에 나서자 키프로스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1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키프로스 대통령실은 이날 “터키가 국제법을 위반했다”며 “터키는 유럽연합(EU) 등의 불법 행위 중단 요구를 도발적으로 무시하고 ‘해적 국가’의 길을 택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키프로스는 터키가 자국 해역에서 천연가스를 무단으로 시추했다며 이번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터키 외무부는 같은날 “터키의 야우즈 시추선이 북키프로스튀르크공화국(북키프로스)의 허가를 받아 키프로스 섬 남쪽 G해역에서 시추 작업을 벌였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터키가 키프로스 해역에서 천연가스를 시추하려고 시도한 것은 이번이 네번째다. 작년 7월엔 키프로스섬 서부와 동부에 군함과 함께 시추선을 파견했다. 작년 5월엔 키프로스 서쪽 해상에서 터키가 시추 작업을 벌이자 키프로스가 터키 시추선 승무원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터키가 이번에 시추선을 보낸 G해역은 키프로스가 이탈리아 이엔아이(ENI)와 프랑스 토탈 등 외국 에너지 기업에 시추 허가를 내준 곳이다. ENI와 토탈은 키프로스 남부 해역 13개 블록 중 7개 블록에서 탄화수소 탐사를 할 수 있는 허가를 갖고 있다. 미국 기업인 엑손모빌과 노블에너지, 카타르의 카타르석유, 이스라엘 델렉 등도 같은 허가를 보유하고 있다. AP통신은 “터키가 ENI와 토탈에 시추 허가가 난 구역에서 시추를 시도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라고 보도했다. 터키와 키프로스는 최근 키프로스섬 일대 에너지 개발권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키프로스섬 주변에서 대형 가스전이 잇따라 발견되서다. 키프로스섬은 유엔 등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그리스계 키프로스와 터키만 인정하는 터키계 북키프로스로 분단돼 있다. 1960년 키프로스가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친(親) 그리스 장교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1974년 키프로스공화국을 세웠다. 당시 터키군이 진입해 점령한 섬 북부는 1983년 독립을 선언하면서 나라가 둘로 쪼개졌다.

터키는 북키프로스 정부를 근거로 키프로스섬 인근 에너지 개발권을 주장하고 있다. 하미 아크소이 터키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11일 “북키프로스도 키프로스섬 일대에 매장된 천연가스 자원에 대한 권리가 있다”며 “터키는 북키프로스와 맺은 정식 협정을 바탕으로 북키프로스의 권리를 계속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키프로스 정부는 북키프로스는 유엔이 인정한 정식 국가가 아니므로 터키가 북키프로스와 체결한 탐사 협정도 무효라고 보고 있다. 키프로스 정부는 AP통신에 “터키는 키프로스섬 배타적경제수역(EEZ)의 44%를 자국 영해로 주장하고 있다”며 “터키계 키프로스 권리를 보호한다는 주장은 현실성도 없고 위선적인 얘기”고 주장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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