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지의 Global insight] 멈추지 않는 도전…'코끼리 사냥 준비' 90세 워런 버핏

글로벌 기업 수백 곳 지분이 자산
회사 하나로 富 이룬 부자와 구분

작년 아마존·JP모간 등 9곳 투자
자금 1280억달러…"올해 어디로"
세계 대부호들은 대체로 하나의 회사를 통해 부를 얻는다. 세계 최고 갑부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이 창업한 아마존 덕분에 작년 말 기준 1149억달러의 재산을 쌓았다. 2위 부호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 역시 MS 지분 1131억달러어치를 보유한 부자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 회장 등 부자 대부분은 그렇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특별하다. 세계 4위 부자인 그는 1950년대 중반 약 1만달러의 종잣돈으로 현재 893억달러의 재산을 일궜다. 하지만 그의 재산에서 벅셔해서웨이 지분은 극히 일부다. 코카콜라, JP모간 등 다른 글로벌 기업의 지분이 핵심 자산이다. 애플, 크래프트하인즈,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등 수백 곳의 기업이 버핏 회장의 자산 포트폴리오에 들어있다.
작년 5월 벅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 참석한 워런 버핏 회장의 모습. AP연합뉴스
버핏 회장은 가치 투자 및 장기 투자의 대가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만큼 시장 평균 수익률에 미치지 못하는 해도 있었다. 하지만 길게 보면 수익성과 안정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평가다. 미국 주식·금융 전문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벅셔해서웨이가 설립된 1964년부터 2017년 말까지 이 회사의 투자 수익률은 240만4748%다. 같은 기간 S&P500지수의 수익률 1만5508%를 크게 웃돈다.

매년 말이 되면 버핏 회장이 지난 1년간 자금을 투입한 회사들이 분석 대상에 오른다. 2019년 그가 투자한 곳은 9개사였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아마존이다. 벅셔해서웨이는 지난해 5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투자현황 보고서에 아마존 주식 49만3300주(약 1조원)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그가 선택한 9개 주식 가운데 네 곳이 금융회사라는 점도 눈에 띈다. 버핏 회장은 작년 JP모간과 PNC파이낸셜서비시스, 뱅크오브아메리카, US뱅코프 등의 지분을 늘렸다. US뱅코프는 놀라운 경영 성과를 내는 회사는 아니지만 꾸준히 업계 평균보다 높은 자산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매년 대출과 예금 증가율이 한 자릿수씩 늘고 있다는 점도 버핏 회장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버핏 회장은 델타항공과 소프트웨어업체 레드햇, 가구 제조사 RH 지분을 대거 매입했다. 석유화학업체 옥시덴탈정유에 버핏 회장이 100억달러를 투자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이 자금은 옥시덴탈이 셰일 전문기업 아나다코를 인수하는 데 쓰였다.

올해로 버핏 회장은 90세가 된다. 그의 친구이자 동료인 찰스 멍거 벅셔해서웨이 부회장은 96세다. 일각에선 이들의 나이와 건강을 고려하면 벅셔해서웨이가 앞으로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배당에 중점을 둔 회사로 바뀌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작년 5월 연례 주주총회에서 버핏 회장은 “(배당 중심 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우리는 몇 년 동안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버핏 회장은 여전히 ‘코끼리 사냥(대형 기업인수)’에 대한 꿈이 있다. 그는 “코끼리 사냥을 준비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벅셔해서웨이가 1280억달러의 자금을 쌓아두고도 코끼리를 찾는 데 실패했다”며 “버핏 회장의 2019년은 지루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올해를 시작하면서 버핏 회장은 어떤 결심을 했을까. 그가 올해 코끼리를 찾을지, 투자자들을 놀라게 할 배당안을 내놓을지 관심을 끈다.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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