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올해도 '부동산시장 안정'을 금융정책으로 풀겠다는 건가

금융당국의 두 수장인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이 신년사에서 한목소리로 ‘부동산시장 안정’을 강조했다. “시중의 많은 유동성이 비생산적인 부동산으로 흘러들어 주택시장 왜곡을 확대하고 있다”며 자금 물꼬를 전환하기 위한 정책지원과 환경조성에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작년 하반기 이후 집값 거품논란이 커졌고 자산 양극화도 심각해진 상황이라 금융수장들이 부동산시장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는 시중자금을 중소·벤처기업 등 생산적인 실물경제로 유도하겠다”는 구상도 나무랄 데 없다. 문제는 ‘자금 쏠림’을 방지한다는 명목 아래 기본권을 침해하는 반(反)시장적 규제를 쏟아내 부동산시장 왜곡을 심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때마침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추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어 우려를 더한다.‘12·16 부동산 대책’ 발표 때 금융당국이 내놓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 전면금지’ 조치는 헌법소원에 휘말린 상태다. 담보가치를 부정하는 ‘재산권 침해’이자 은행 ‘영업권 침해’ 소지가 다분해서다. ‘15억원’이라는 임의기준 설정 역시 ‘평등권 침해’이고, 1주택자 규제는 ‘과잉금지 위반’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12·16대책 이후 ‘집값 상승률이 뚝 떨어졌다’며 정부는 반색하지만 서민에 직격탄인 전셋값 급등과 규제에서 제외된 주택 가격의 급상승이라는 부작용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대출규제와 같은 금융정책은 즉각적이고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반시장적이고 초법적이라는 논란을 떠나, 무리한 정책은 ‘왜곡’을 축적시켜 후일 큰 부작용을 부른다는 점을 외면해선 안 된다. 금융당국이 의욕을 더 보여야 할 정책은 부동산 안정이 아니라 추락한 금융시장 신뢰 제고와 선진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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