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 수사' 장기화…딜레마 빠진 검찰

총선 전후 기소 불가피
여야 정치권 모두 반발
'정치검찰' 논란 일 수도
17일 예비후보자 등록을 시작으로 내년 총선 준비가 본격화하면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요 피고발인이 자유한국당 의원인 상황에서 수사 속도가 더뎌 “검찰이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패스트트랙 사태를 수사하는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지난 9월 영등포경찰서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았다. 당시 검찰은 “수사를 총선 전까지 마무리하기 위해서”라며 “형사사건을 처리하는 데 3개월가량 걸리니 9월에 사건을 받아야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마무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이 사건을 송치받은 지 3개월이 넘게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하지 않아 범여권에서 “검찰이 한국당 ‘봐주기’ 수사를 한다”는 불만이 흘러나왔다. 연일 속도를 내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수사와 달리 4월 고소·고발된 패스트트랙 사태 수사는 영상자료가 있는데도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5일 검찰공정수사촉구위원회에서 “최근 검찰에서 ‘4월 총선 후 패스트트랙 수사를 정리하겠다’는 말이 나왔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선을 다해 수사 중이지만 조사 대상 인원이 많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고발된 국회의원만 111명, 보좌진 및 당직자까지 총 140명인 대규모 국회 폭력 사건”이라며 “경찰에서 송치받은 영상 및 검찰이 확보한 영상이 총 2.2테라바이트(영화 1100편 분량)로 분석에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라고 밝혔다.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전 원내대표, 엄용수 전 의원 외 피고발된 한국당 의원들이 경찰 조사에 이어 검찰의 소환 요구에 불응한 것도 검찰로선 애로사항이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지정 당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의 사보임이 불법이었기 때문에 회의 방해 행위는 정당방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국회 운영위원회 등을 압수수색해 사보임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한국당의 주장을 법리적으로 검토해 한국당 의원을 소환조사 없이 기소를 준비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다. 이 경우 총선 및 공천 경쟁 중 재판에 출석하게 될 한국당 의원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검찰이 기소 시점 및 여부와 관계없이 ‘정치 검찰’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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