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정상 '北 중대 시험' 직전 통화…"상황 엄중"

트럼프 먼저 전화 걸어 30분 논의
美·北 대화 모멘텀 유지 공감
靑 "예의주시"…NSC 소집 안해
청와대는 8일 북한의 ‘중대한 시험 발사 성공’ 발표 이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안보실 차원에서 관련 동향을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북한의 발표 주체가 국방과학원이라는 점을 들어 직접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따로 소집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이날 국방부, 통일부 등 관계부처들과 상황을 공유한 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현안점검회의에서 북한의 발표 내용과 배경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발표 이후 과거 비슷한 발표 사례에 비춰 이번 사안이 지니는 의미 등을 점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 간 통화도 북한의 최근 시험발사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하고 대응책 마련 차원에서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오전 11시30분부터 30분 동안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켜나가기 위한 방안을 깊이있게 협의했다고 밝혔다.

양 정상은 특히 “최근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다는 데 인식을 공유하고,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조기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대화 모멘텀이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양 정상이 당분간 한·미 정상 간 협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필요시 언제든 통화하기로 한 점으로 미뤄볼 때 미국에서도 최근 북한의 동향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양국은 특히 미·북 싱가포르 회담의 대표적 성과로 꼽는 동창리 발사장 폐기가 이번 ‘중대 시험’을 통해 재가동된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번 북한의 움직임이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메시지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미국은 최근 북한의 ‘이상징후’를 감지하고 연일 한반도에 핵심 정찰기를 띄우며 대북 감시를 강화해왔다. 세계에 세 대뿐인 고성능 정찰기 ‘코브라 볼’이 최근 동해상을 정찰비행한 데 이어 통신정보를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감청 정찰기가 서울과 경기 상공을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먼저 전화해 한반도 상황에 관해 논의한 데는 이들 전략자산이 수집한 정보가 바탕이 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통화가 이뤄진 날 오후 북한은 동창리에서 중대 시험을 하고, 이를 다음날인 8일 공식 발표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달 중순께 방한할 예정인 가운데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미·북 협상이 중대 국면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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