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제록스의 '적대적 인수' 위협에도 인수 제안 또 거절

프린터·PC 제조업체 HP가 복사기·프린터 업체 제록스의 적대적 인수 위협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고 CNN 방송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HP의 이사회는 전날 제록스 최고경영자(CEO) 존 비젠틴에게 보낸 서한에서 제록스의 인수 제안이 "HP를 크게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제안을 재차 거절했다.HP 이사회는 편지에서 "당신의 공격적 언행을 볼 때 제록스가 기회주의적 조건으로, 그리고 적절한 정보 제공 없이 합병을 강요할 의도라는 것은 명백하다"고 밝혔다.

HP 측은 이어 지난해 제록스의 매출액이 전년과 견줘 약 10% 하락했다며 이는 "중대한 우려"라고 지적했다.

또 제록스가 후지필름과 설립한 조인트벤처의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도 제록스 사업에 상당한 전략적 허점을 남길 것이라며 우려했다.이 서한은 비젠틴 CEO가 21일 HP 이사회에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이다.

당시 비젠틴 CEO는 25일까지 두 회사가 우호적인 합병을 지지하기 위한 상호 자산실사를 하기로 동의하지 않을 경우 HP 주주에게 직접 인수를 제안하겠다고 통보했다.

미 언론들은 사실상 합병 제안을 수락하라는 협박이자, 그러지 않을 경우 일반 주주를 상대로 주식 매집에 나서 적대적 합병을 하겠다는 통첩으로 풀이했다.
제록스는 이에 앞서 HP에 주당 22달러, 총 335억 달러(약 39조3천억원)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내놨다.

이는 약 300억 달러인 HP의 현재 시가총액보다 많은 액수다.

HP는 당시에도 이 제안이 자사 가치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거절했다.HP와 제록스의 합병은 사양 산업이 돼가고 있는 인쇄·복사업계에서 비용 절감을 통한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시장은 보고 있다.

이메일이나 메신저, 스마트폰, 클라우드 등의 이용이 활발해지면서 일반인은 물론 기업·정부기관 등의 인쇄물 사용은 크게 줄었다.

HP는 프린터를 싼값에 판매한 뒤 프린터 잉크를 팔아 이를 만회해왔으나 저렴한 잉크를 판매하는 업체들이 늘어나며 이런 사업 모델이 도전받고 있다.제록스는 주로 기업체에 복사기·프린터를 임대한 뒤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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