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일' 분위기 무섭다"…한국 여행 자제하는 일본인들

올들어 처음으로 10~11월에 11~14% 감소

한일갈등에도 증가세 이어지다
지난 10월부터 전년동기 대비 급감

외국 입국자 중 일본인 비중도 10%대로 떨어져
한일 양국 정부 간 갈등에도 크게 줄지 않던 일본인 관광객이 지난 10월부터 급감하기 시작했다. 지난 10월부터 이번달까지 일본인 입국자가 전년 동월대비 10%이상 줄었다. 매년 늘어온 일본인 입국자가 올해들어 작년보다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한국인의 일본 관광이 급감한 가운데, 한국내에서 벌어지는 불매운동 등 잇따른 ‘혐일’분위기에 일본인도 한국 관광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일본인 입국자는 전년 동월 보다 14.1%감소한 25만1054명을 기록했다. 11월(지난 20일 기준)들어서도 전년 동월대비 11.9%감소한 17만1935명을 기록했다. 올해들어 일본인 입국자가 전년 보다도 적은 숫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10월과 이번달이 처음이다. 일본인 입국자의 80%가량은 한국 관광객이다. 양국간 항공편 증설과 해외여행 증가로 매년 한국을 찾는 일본인 입국자수는 10~20%가량 늘어나는 추세였다. 일본인 입국자수는 올들어 성수기인 지난 3월엔 37만7256명에 달했고, 8월에도 33만4268명을 기록했다. 통상 비수기에도 전년도 입국자 수는 가뿐히 넘어왔지만 10월부터 급락세로 전환해 급기야 20만명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최근 3년간 월별 일본인 입국자수를 따져봐도 전년 동월보다 하락한 사례는 2018년 2월이후 한번도 없었다. 한국을 찾는 전체 외국인 비중 가운데 일본인 입국자 비중도 11월 현재 17.3%로 전년 동기(21.2%)보다 크게 떨어진 상태다. 전체 외국인 입국자 가운데 일본인 입국자수는 중국인 다음으로 많았다.이어 대만과 미국인 순이었다.지난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한국의 일본 관광객은 급감한 반면 일본의 한국 관광객은 지난 9월까지 전년 수준을 넘어서며 견조한 수준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일본인 입국자수의 전년 동월대비 증가율은 7월(19.1%), 8월(4.7%), 9월(1.5%)로 점차 줄어들며 성장세가 꺾여 왔다. 이상달 법무부 이민정보과장은 “아무래도 한국 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반영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일본 전문가들은 한국내 일본 불매운동(보이콧 재팬)이나 홍대에서 벌어진 일본여성 폭행 동영상의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은 “일본 언론에 한국내 ‘보이콧 재팬’운동이나 ‘일본여성 폭행 동영상’파문 등이 알려지면서 ‘혐일’분위기가 전달되자 한국 여행계획을 포기하는 일본인이 많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8~9월부터 한국인의 일본 방문이 급감한 것과 달리 시차를 두고 10~11월부터 일본인의 한국 방문이 급감한 것은 한국내 ‘혐일’분위기가 점차 퍼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작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일부 일본인들이 ‘반한’감정으로 한국 여행을 포기했지만 대다수는 지난 7월 수출 규제 이후에도 변함없이 한국을 찾았다”며 “한일관계가 개선될때까지는 이러한 감소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한류 문화에 관심이 많은 일본인들은 한국내 ‘혐일’분위기가 언론에 소개된 것처럼 과장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꾸준히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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